증시 전문가들 "이차전지주 쏠림현상 완화…고점 지난 듯"
POSCO홀딩스·퓨처엠과 에코프로형제 시총 보름새 30조 증발
이차전지 투자 열풍이 다소 사그라지면서 대표주자인 '에코프로 형제'와 POSCO홀딩스·포스코퓨처엠 등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보름 새 30조원 넘게 증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완화해 이차전지주가 고점을 지나 조정 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종목들로 순환매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끈 이차전지 대표주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코프로 형제주 시가총액이 지난 14일 기준 142조6천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개 종목 주가가 장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달 26일 종가 기준 173조8천587억원과 비교해 31조2천373억원(17.97%)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시총 규모는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14조원가량, 에코프로 형제주는 17조원 가까이 각각 줄어들었다.

각 종목의 주가는 거래일 기준 보름 동안 최대 30%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달 26일 45만5천원에서 전날 31만8천원으로 30.11% 떨어졌으며 에코프로는 122만8천원에서 109만3천원으로 10.99% 내렸다.

POSCO홀딩스도 63만원에서 57만7천원으로 8.41% 떨어졌고, 포스코퓨처엠 역시 56만원에서 43만4천원으로 22.50%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급이 반도체 등 소외주로 고루 번지면서 이차전지로의 쏠림현상이 완화하고 이들 주가가 고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 시장 흐름과 우리 시장이 동조화를 보이는 가운데 이차전지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이달 들어 조정 양상을 보여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되돌려지는 환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도 한 업종 주가가 급등하고 나서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지속되기 어려웠다"며 "이런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극도의 쏠림 현상이 되돌려지는 과정에 있어 이차전지주는 단기적으로는 쉬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에코프로의 MSCI 종목 편입도 이미 주가에 반영돼 이차전지 주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일부 견해를 맹신해 맹목적으로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 전략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POSCO홀딩스·퓨처엠과 에코프로형제 시총 보름새 30조 증발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차전지 등으로의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시장 수급이 다른 업종이나 테마주로 확산할 것이라고 봤다.

김 센터장은 "시장 주도주가 중국 단체관광 허용과 관련한 엔터주나 여행주 등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등 경기 저점 통과에 따른 실적 호전 업종이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 바이오 업종으로도 수급이 분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수급은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실적이 받쳐주는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바이오주와 중국 소비주는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지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도주가 한 번 형성이 되면 소외주 대비 1.6배까지 평균적으로 오른다"며 "현재 이차전지 테마로 본다면 현재 1.5배 정도까지 와있어 연말까지 10% 정도 상승할 여력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부문이 3분기부터 바닥이 확인될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비중을 확대해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 풍부한 시중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서 센터장은 "이차전지에서 빠져나온 수급이 다른 주식으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라며 "미국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아 낙관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