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선데이'가 연쇄 자살 부른다? 오,비운의 빌리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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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우의 듣는 사람]


18일 밤이 되자 뉴올리언스의 모든 재즈바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재즈바가 없는 소규모 마을에선 재즈 파티를 벌였다. 재즈를 조금이라도 연주할 수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먼저 악기를 들고 밤새 재즈를 연주했다. 모두 도끼맨의 협박 편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묘한 밤이 지나고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도끼맨이 약속을 지켰다고 여겼다. 하지만 도끼맨은 다시 흉기를 꺼내 들었다. 같은 해 8월부터 3개월간 5명이 숨졌다. 주민들은 혹시 자신들의 마을에 도끼맨이 찾아올까 두려워 매일 재즈를 연주하고, 들었다. 총 12명의 피해자가 나온 연쇄살인은 같은 해 10월 멎었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결로 남게 됐다.
재즈 작곡가 조셉 존 데이빌라는 이 사건에 대해 듣고 ‘기묘한 도끼맨의 재즈’란 곡을 발표한다. 3분 안팎의 짧은 피아노곡이다. 실제 사건의 전개와 달리 경쾌한 선율이 특징이다. 뉴올리언스 연쇄 살인 사건은 이 곡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데이빌라도 이름을 알리며 유명 작곡가로 거듭났다.

미국에선 1941년 이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운의 재즈 디바’ 빌리 홀리데이가 편곡해 불렀다. 홀리데이가 부른 글루미 선데이는 현재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버전으로 알려져 있다. 어딘가 쓸쓸한 홀리데이의 음색과 처량한 선율이 유려하게 어우러져서다.


이런 괴담들 뒤엔 노래 그 자체를 분석할 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그 시대의 음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글루미 선데이를 들었던 것이지, 그 노래 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게 아니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