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낸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핵심 내용인 ‘신혼부부에 대한 최대 3억원(양가 합산) 증여세 공제’와 관련한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3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세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이재명 대표가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선 정부안을 두고 “많은 청년에게 상실과 소외감을 줄 것”(이 대표)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정부는 국회에 진전된 내용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지난 1일 당 입장이 사실상 바뀌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증여세 감면 취지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며 “세수 결손 대책이 해결되면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입장을 번복한 것은 반대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에서, 2030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정부의 취지에 마냥 반대하기도 어렵다.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내년 총선의 캐스팅 보트가 될 2030세대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지도부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이견이 있다.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한 집당 1억5000만원 증여세 면제가 ‘초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국민 정서와 꼭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0년째 유지된 ‘5000만원’ 증여세 공제 한도 역시 물가 상승에 따라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야당에서도 제기돼왔다.

특히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민주당이 이미 낸 법안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은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 확대’ ‘국가전략기술 세액 혜택 대상에 바이오산업 추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등은 민주당이 발의했던 법안을 차용한 것”이라고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