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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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자동차가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조엔(약 9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해결된 데다 엔화 약세로 인해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도요타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

도요타는 1일 “올해 4~6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129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이 기간 24% 증가한 10조5468억엔, 순이익은 78% 늘어난 1조3113억엔으로 집계됐다.
도요타의 질주…日기업 첫 분기 영업익 1조엔 돌파
이 기간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세계 생산량은 254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면서 분기 최고를 기록했다. 도요타자동차는 그룹 전체(히노자동차와 다이하쓰공업 포함)의 상반기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도 작년 동기보다 5.5% 늘어난 541만9000대로 4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4~6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275만 대를 세계에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은 “도요타의 호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에 손실된 기회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부족 문제가 완화돼 생산이 회복되면서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며 “여기에 엔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금리 인상)으로 미·일 간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지난 1년간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약 8엔(6월 말 기준) 떨어졌다. 도요타는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본사의 영업이익은 450억엔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일본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한 7007억엔을 기록해 전체 실적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과 수소 분야 전략을 제시한 이후 처음 나온 실적”이라며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에서만 이익 감소

도요타는 전날 중국에서 전기차 연구개발 부문을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통합 프로젝트에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중국 제일자동차그룹(FAW) 등 합작 투자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도요타는 또 “최대 공급사 덴소, 아이신과 함께 전기차 동력장치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중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전망치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내년 3월 말까지 순이익은 5.2% 증가한 2조5800억엔, 매출은 2.3% 늘어난 38조엔을 기록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요시다 다쓰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환율 호재, 생산량,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도요타가 전망을 유지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도요타 판매량은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19%, 18%가량 증가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사업 부진은 도요타 같은 제조사에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실적 발표 직후 3%대 급등세를 보인 도요타 주가는 2.49% 오른 2445.5엔에 마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