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러시아 본토 공격에 최소 우크라 드론 3종류 쓰여"
美 백악관 "러시아 내부 공격 부추기지 않는다" 확전 우려
우크라, 러 본토 장거리 드론공습 추진…'공포주입 작전' 본격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탈환하기 위한 반격을 강화한 가운데 러시아 여론을 흔들기 위한 드론(무인기) 공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공격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해당 습격을 위해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인 장거리 타격용 드론들이 글로벌 미디어에 포착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결할 수 있는 장거리 드론을 날리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최소 3가지 종류의 드론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영토로 날아갔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드론의 비행 화면, 땅에서 발견된 드론 원형과 파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 타격에 투입된 드론은 '보버'(Bober), 'UJ-22 에어본'(UJ-22 Airborne), 미확인 드론 등 3가지 모델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UJ-22 에어본은 우크라이나 업체 '우크르제트'가 제작한 무인기로 알려졌다.

우크르제트가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UJ-22 에어본은 6시간 동안 약 805㎞을 비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날아갈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또 NYT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인 이고르 라첸코우가 지난 5월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을 통해 모스크바 상공을 비행한 장거리 드론 보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3의 드론에 대한 상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모델의 드론 파편이 러시아 영토 내 4개 공격 지점에서 발견된 것으로 분석됐다.

NYT는 러시아를 겨냥한 이런 장거리 드론들의 공격이 부쩍 늘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5∼7월 러시아 본토에 날아온 자폭용 드론의 수는 작년 전체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 5월 2일 러시아 대통령 관저가 있는 크렘린궁 상공에서 무인기가 폭발한 사건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6차례 드론 공격이 있었다.

이런 드론 공격들이 성공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NYT가 전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에 날아온 드론들을 격추 등으로 차단했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여러 차례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 일부 건물들이 파손됐지만 시설물에 대한 대규모 파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크라, 러 본토 장거리 드론공습 추진…'공포주입 작전' 본격화
NYT는 이 같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목표는 러시아에서 서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최근 "요즘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곳곳엔 항상 뭔가 날아다니는 게 생겼다"며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먼 얘기로 생각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온 많은 러시아인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일일연설에서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 유소우 대변인은 NYT에 "이런 것(드론 공습)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점령군이 즉각 철수하고 우리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인하면서 대담해진 모양새다.

지난 24일 새벽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건물에서 가까운 콤소몰스키 대로와 남부 리하초프 대로에 있는 건물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한 우크라이나 국방 소식통이 우크라이나 군정보기관의 특수작전이라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대반격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정작 러시아 본토에 대한 드론 공격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1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 내부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거나 가능하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이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을 우려해왔고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데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30일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출구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해 '핵무기 카드'를 재차 위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