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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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데다 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직접 투자가 주인 개인과는 달리 기관들은 펀드 내 글로벌 주식투자 자금을 일본으로 이동시킨다든가, 단순 지수 추종에서 나아가 섹터로 세분화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25일 복수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공제회 등 일부 기관들이 자금 위탁운용사에 일본 주식에 대한 할당량을 늘릴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기관들의 국가별 펀드 할당에서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은 '언더웨이트'(중립보다 적은 비중)에 그쳤지만 최근 일본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기관들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단 이야기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일본 증시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면서 일본 할당량을 비워두지 말고 오히려 '오버웨이트'(본래 비중보다 확대)를 하란 주문까지 들어오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1990년대부터 확 꺾이고 '잃어버린 30년'이란 수식어까지 달게 된 일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이런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미리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줄을 대는 공제회와 연기금뿐 아니라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부쩍 일본에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직접 투자 수단 중 하나인 ETF를 활용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지를 넓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18일 출국해 21일까지 나흘간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올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시장 조사 차원에서 직접 현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 등 현지업체들을 만나 협업 기회를 탐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시장지수가 아닌 세분화된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조만간 생겨날 전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이 반도체 등 일본 테마형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다른 운용사들도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테마 ETF를 내부 검토 중이다. 앞서 국내 상장된 ETF들은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것들이어서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일본 시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역대급 증시 활황과 맞닿아있다. 닛케이(NIKKEI)지수와 토픽스(TOPIX)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27%, 22% 넘게 뛴 상태다. 상승세를 포착한 일학개미(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매수에 발 빠르게 나섰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들은 올 들어 일본 주식 321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도 톡톡히 역할을 했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엔화예금이 역대 최대폭 증가했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앞서 전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엔테크 열풍으로 엔화예금이 전달 대비 12억3000만달러 늘어서 사상 최대 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최고치인 2017년 10월 증가폭(9억7000만달러)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일본 내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연율로 2.7% 성장해 완연한 회복세를 입증했다. 개인 소비 회복이 이런 성장세를 이끌었다. 그간 일본의 장기 불황을 이끈 것은 소득과 물가가 제자리걸음인 점에서 비롯됐는데 최근 소득 증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최종 결정된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3.58%다.

한 운용사 기관자금 담당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시장은 수익률이 높지 않았지만, 올 2분기 들어서 기관뿐 아니라 발 빠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바이 재팬' 열기가 높아졌다"면서 "일본에서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했고, 조만간 '디플레이션 30년'을 끝낼 수 있겠다는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