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와 산업계가 토큰증권(ST)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증권사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토큰증권의 장내 거래를 중개하거나 토큰증권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을 만들 수 있다. 직접 기초자산을 매입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업무도 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투자자의 예치금을 보관하는 것에서 시작해 발행에도 뛰어들 수 있다. 통신사들은 블록체인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은행, 저작권·에너지·한우 토큰발행 업체와 '짝짓기'

동맹 맺는 금융사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 시범운영을 연내 시작할 계획이다. 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은 장내시장이고, 증권사가 자사 MTS·HTS에서만 토큰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장외시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장내 상장 기준을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인 업체가 발행하는 토큰증권으로 제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토큰증권 발행 희망 업체는 증권사들이 만드는 장외시장 플랫폼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링거스튜디오, 핀고컴퍼니 등 조각투자 사업자 4곳과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일단 장외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의 장내 토큰증권 상장 기준이 확정되면 장내시장 상장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매컴퍼니와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을, 링거스튜디오와 핀고컴퍼니는 음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토큰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업무협약을 맺느라 분주하다. 신한투자증권은 미술품 토큰증권을 준비 중인 테사 등 조각투자 사업자와 기술업체를 포함해 총 39곳과 협약을 맺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화하면 상장 주관부터 직접 발행까지 할 계획”이라며 “현재 준비 중인 유통 지원은 이 시장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은행권도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토큰증권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한 뒤 시중은행 6곳을 모아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장외시장까지 만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투자자가 납입한 예치금을 보관할 계좌를 제공하는 게 주 업무가 될 전망이다. 관련 법령에 따라 증권 발행 사업자는 유통과 예치금 보관을 겸하는 게 금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접 발행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반 정도 된다”며 “시장 성장을 먼저 지켜보고 나중에 직접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급성장 예상되는 토큰증권 시장

통신사의 경우 SK텔레콤이 미래에셋증권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구성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해 발행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핀테크업체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국내에 토큰증권 시장이 개설되면 시가총액이 첫해 34조원에서 2025년 119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씨티은행은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현재 20조~30조원에서 2030년 5200조~65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봤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