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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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등 공공 소프트웨어(SW) 구축 프로젝트에서 오류가 잇따르는 배경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낮은 처우가 거론된다. 정부가 책정하는 인건비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탓에 엔지니어들이 프로젝트 참여를 꺼린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책정한 SW 개발 비용이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W 개발 공임, 10년간 고작 11% 올랐다

기획자 보수가 프로그래머의 두 배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관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2023년 적용 SW 기술자 평균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SW 엔지니어는 17개 직역으로 나뉜다. 프로젝트 실무를 담당하는 응용 SW 개발 엔지니어의 월평균 임금은 642만6417원이다.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퇴직급여 충당금, 법인 부담 4대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실제 엔지니어들이 손에 쥐는 월급은 500만원 이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 SW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협회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한다”며 “수준 높은 인력을 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직역은 정보기술(IT) 컨설팅과 기획을 담당하는 업무 분석가(1122만6423원)다. 이들은 정보화 전략계획(ISP), 비즈니스 과정 재설계(BPR), 정보화 마스터플랜(ISMP) 수립 등의 업무를 맡는다. 비슷한 일을 하는 IT 기획자(864만4914원), IT 컨설턴트(980만5744원)도 비교적 보수가 후하게 책정돼 있다. 발주자와 수주자 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하는 IT PM(프로젝트 매니저)의 평균 월급은 954만3259원이다. 기획→개발→운영→AS로 나뉘는 SW 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장 앞부분인 기획 단계에 고소득자가 몰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분석·설계·구축·시험) 직무 가운데선 IT 아키텍트가 1067만2530원으로 가장 보수가 높았다. IT 아키텍트는 전체 SW 구조를 분석, 설계하거나 하드웨어·미들웨어·클라우드 등 인프라를 분석, 설계하는 일을 한다.

시대상 반영 못 하는 기능점수 제도

응용 SW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업 비용은 정부의 ‘SW 대가 산정가이드’에 따른 기능점수(FP)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FP는 SW 공임의 기준이 되는 국제표준 가운데 하나다. SW의 난이도, 개발에 걸리는 시간, 투입해야 하는 인력 등을 감안한 견적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적용 중인 FP 1점당 대가는 2020년 산출된 55만3114원이다. 10년 전(49만7427원)에 비해 불과 11% 올랐다. 대가 자체도 낮지만 FP 자체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SW업체 H사 관계자는 “최근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서 FP로 예산을 책정해야 했는데 DB 데이터 분리, 멀티 테넌시(여러 사람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아키텍처 설계) 등 FP 적용이 불가능한 영역이 많았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SW 보상 기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