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공급난을 맞았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인플레이션과 고(高)금리, 노동력 부족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줄줄이 공사 계획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독일주택산업협회(GdW) 통계를 인용해 독일의 올해와 내년 주택 준공 건수가 각각 24만2000채, 21만4000채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독일의 신규 주택 공급량(29만5300채)보다 각각 5만여 채, 8만여 채 줄어들 거란 전망이다. 1950~2022년 장기 평균치(연 40만5000채)에 비해 ‘반토막’난 수준이다. 현재 독일 주택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분은 70만 채로 추정된다.

그러나 독일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적극적으로 건설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FT는 독일 건설업계가 현재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쳐 큰 위기가 온 상황)을 맞았다고 평했다. 금리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공급망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건축자재 등 비용이 급등했고, 숙련 노동자도 턱없이 부족해 건축 시한을 준수하기 어려워져서다. 지난 1월 독일 최대 부동산 기업인 보노비아는 주택 개발 비용 급증으로 모든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하면서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한 상황이라 부동산 경기 부진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유럽건설산업연합(FIEC)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건설사들이 체결한 공급 계약 규모는 전년 대비 9.7% 감소했는데, 건설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 출마 당시 매년 40만 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으나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