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22일 국회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의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22일 국회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의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미국 하원은 1년에 평균 100회의 본회의와 1000회의 상임위, 100회의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 국회는 연평균 본회의 37회, 상임위 300회, 청문회 27회로 미국 하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우리 국회는 법안을 남발한 후 심사는 대충 하는 구조”라며 “국회의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국민들께 국회 권한 강화, 선거제도 개편 등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다음달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과잉 입법으로 규제 남발”

이 총장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지나칠 정도로 지역구 활동에 매몰돼 ‘본업’인 법안 심사에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국회와 미국 하원의 법안 발의 및 가결 건수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의원들은 연평균 6025건의 법안을 발의하고, 이 중 27.8%인 1673건을 가결했다. 반면 미국 하원 의원들은 연평균 7830건을 발의해 6.4%인 503건만 통과시켰다. 그는 “우리 국회는 많이 발의하고 적게 심사하면서 많이 통과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역구 민심과 입법 개수로 공천이 결정되는 구조가 잘못된 행태를 만들었다는 게 이 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은 연초부터 ‘의정 달력’을 만들어 1년 치 의정 일정을 미리 결정하고, 지역구 방문은 월 1회 정도로 제한한다”며 “국회사무처도 이를 참조해 의원들이 생산적인 입법 활동에 매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잉 입법으로 불필요한 규제가 남발되는 문제도 제도적으로 막아낼 필요가 있다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규제입법정책처’ 신설을 제안했는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의원 외교 강화해야”

이 총장은 의원들이 적극적인 외교 활동으로 정부의 외교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 중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는 대한민국과 미국, 프랑스 정도로 나머지는 대부분 의원내각제”라며 “의원 외교는 각국의 핵심 인사와 접촉해 물밑에서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일본과 3자 협력만 중시하는 지나치게 선명한 외교 노선을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구 전체를 운동장으로 쓰는 외교가 필요하고, 여기서 여야 의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외교 활동을 ‘외유성 출장’으로 보는 국민적 시선은 과제다. 이 총장은 “사무총장 취임 후 출장보고서의 심사 기준을 강화해 세비 지급 조건을 높였다”며 “지원이 거부되는 사례가 대폭 늘면서 민원성 전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에는 ‘결단할 때가 올 것’

과거 국회 사무총장이 ‘정치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여겨진 것과 달리 이 총장은 총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상황실장을 맡은 이력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중진급 정치인 가운데 이례적으로 강원도 출신이라는 입지 때문이다.

이 총장은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혁신하는 임무를 마치면 결단할 때가 올 것”이라며 “당과 상의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장이 21대 총선 당시 지역구인 강원 원주나 서울 종로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범진/원종환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