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사망한 A중령 11월에 순직 결정…"겸직 따른 업무 과중 등이 사망 원인" 상관 수사 1년 넘게 계속돼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연말 전역 앞둬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군 간부가 순직 판정을 받았지만, 그에게 많은 일을 맡긴 상관에 대한 징계나 기소가 1년 넘게 이뤄지지 않아 유족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군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가해자로 지목된 상관이 올해 말 전역을 앞두게 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 유서에 상관 지목하며 과중한 업무 호소 22일 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9일 숨진 해군참모총장 직속 해군수사단 A중령은 그해 11월 22일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 회의에서 순직 처리됐다.
사망 당시 47세였던 A중령은 상관인 해군수사단장 B대령의 부대 방문을 사흘 앞두고 보고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 출근했다가 사무실에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폭언·가혹행위 또는 업무 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군사경찰이었으나 2020년 12월 B대령 지시로 신병교육대대장으로 이동됐다.
위원회는 결정서에 "망인이 병과장(B대령)으로부터 군사경찰 병과 보직 등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숨지기 석 달 전에는 해양과학수사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새 보직을 맡자마자 대령급이 해야 할 5광역수사대장까지 '겸직'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5광역수사대에는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하고 떠난 권총 분실 사건 등 난제가 산적해 있었다.
고인은 일련의 인사이동 과정에서 주변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위염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위원회는 "심리부검 결과 겸직으로 인한 업무 과중, 진급 여부에 대한 불안감과 병과장과의 관계에 대한 긴장감·부담감에 의해 직무수행 및 업무 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명시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앞으로 버틸 힘이 없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병과장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중략) 왜 이 보직을 겸직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는지 정말 힘들었다"라고 적었다.
◇ B대령 1년째 징계 없이 병과장 직무만 정지…하반기 전역 앞둬 A중령은 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0월 B대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송치했다.
또 다른 해군 관계자 C씨는 고인의 인사 조처 과정에서 공문서위조를 했다는 혐의로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졌다.
검찰단은 B대령에 대한 수사를 8개월째 하고 있지만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연합뉴스에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대령은 올해 말 전역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군복을 벗더라도 군 검찰의 수사는 계속되며 기소 시 군 법원에서 재판받게 되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추후 형사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전역자를 징계할 방법은 없다.
군에서는 어떤 불명예도 없이 전역하게 되는 것이다.
해군에서는 국방부 검찰단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해군은 지난해 6월 B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하고 병과장 직무도 정지했다.
병과장 직무 정지 상태는 이후 1년째 이어지고 있다.
병과장은 수사뿐 아니라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는데 B대령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현재 다른 병과 고위 간부가 군사경찰 병과장 직무를 대행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남편은 해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2017년 해군참모총장, 2019년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장교였다"며 "남편을 이렇게 만든 이들이 반드시 잘못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러 남편의 명예를 회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