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성전자의 주 4일 근무 실험
조선시대에는 요일제가 없었다. 갑오경장 이후인 1895년에 처음 도입됐다. 일요일이 공휴일로 보편화된 것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모든 관공서가 쉬는 날로 지정되면서다. 주 6일 근무제의 오랜 전통에 금이 간 것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일에 더해 토요일의 절반까지 쉬는 ‘5.5일 근무’를 도입하면서다. 1840년대에 시작된 5.5일제가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는 데는 50년 가까이 걸렸다. 이어 1926년 헨리 포드가 토·일요일에 기계를 강제로 꺼버리고 노동자들을 이틀 쉬게 하면서 주 5일제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고, 1938년에는 법제화됐다. 국내에서도 2002년 시범 운영에 이어 2011년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주 5일제가 적용됐다.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은 주 4일제 근무다. 지난해 영국, 미국, 아일랜드 등에서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성과와 생산성, 직원 복지, 일과 삶의 균형 등 여러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휴넷, 유한킴벌리, 세브란스병원 등 주 4일 근무를 시행 중인 사업장이 늘고 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에 이어 삼성전자도 이달부터 급여일(21일)이 포함된 주의 금요일에 쉴 수 있는 부분적 주 4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조치”라는 게 삼성의 설명인데 떨떠름해 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것이 문제다. 주 4일은커녕 주 5일 근무조차 할 수 없는 사업장이 아직도 적지 않다. 임금 격차에 근로시간 격차까지 느끼는 하청업체들도 그럴 것이다.

삼성 업무와 생산성 눈높이는 애플이나 테슬라여야 하는 만큼 국내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근로시간을 줄여서 얻는 무형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면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조직 분위기만 이완된다면 두고두고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 번 결정된 근로조건 완화는 되돌리기도 어렵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