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휩싸인 지 9일 만인 어제 탈당했다. 그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나 무소속으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포장은 당을 위해서라지만, 꼼수 탈당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윤리감찰 이후 징계 절차가 시작되고,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탈당하면 5년간 복당이 금지된다. 당 대표가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하자 탈당으로 선수를 친 것이다. ‘잠시 떠난다’고 한 것을 보면 탈당을 일시적 도피로 여기고 추후 슬그머니 복당하겠다는 심산이다.

김 의원에게 제기된 숱한 의혹과 이미 밝혀진 사실만 보더라도 탈당 선에서 끝낼 계제가 아니다. 자금 출처와 규모 모두 의혹투성이다. 대선을 앞두고 P2E(게임으로 돈 벌기) 규제 완화를 검토하던 시점에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이해상충 논란과 입법 로비 의혹도 거세다. 김 의원 소유 추정의 코인 지갑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추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수십차례 코인 매매를 했다는 의혹도 잇따르면서 본업이 코인 거래고 의원직은 부업이란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심각한 국회의원 윤리 규정 위반이고,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없고 핵심 의혹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선택적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의 행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미적대다 여론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자 뒤늦게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을 한다고 하고, 의원총회를 여는 등 법석을 떨었다. 김 의원의 탈당 선수 치기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민주당은 탈당으로 어물쩍 넘기지 말고, 김 의원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