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착착 돌아가는 주 69시간 '선동 공장'
‘주 69시간 근로’를 둘러싼 선동과 가짜뉴스는 그때 그 시절의 ‘한·미 FTA 괴담’과 빼닮았다. 공포 유발 수법, 선동 주도 인물, 무책임한 언론, 경박한 여론 등이 판박이다.

선진국은 다 근로시간을 줄이는데 ‘한국만 역주행’이라는 비난부터 가짜뉴스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으로 늘렸다’는 주장은 귀에 쏙쏙 박혀 분노를 유발한다. 하지만 너무 악의적인 단순화법이다. 1주일 근로시간은 개편 전이나 후나 40시간(하루 8시간×5일)으로 변함없다. 한 달 근로 가능한 시간의 상한도 208시간으로 그대로다.

바뀌는 건 임금을 50% 더 받는 초과근무 수행 방식이다. 지금은 한 달 4주 근무 시 주당 최대 근로가 52·52·52·52시간으로 엄격히 통제된다. 이를 69·35·52·52시간 등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유연화한 게 개편안의 핵심이다.

어쨌든 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나니 개악이라는 주장도 엉터리다. 선택근로제 재활용을 극단화할 경우 현행 ‘주 52시간제’ 아래서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은 129시간이기 때문이다. 정부 개편안을 ‘주 69시간제’로 매도한다면 현 제도는 ‘주 52시간제’가 아니라 ‘주 129시간제’로 불러야 마땅하다. 또 일본은 ‘주 78시간제’, 연장근로 규제가 없는 미국과 영국은 ‘무제한 근로제’다.

‘노동 지옥’ ‘과로사 조장법’ 같은 말폭탄에는 악의가 넘친다. 극단적 사례라는 주 69시간도 보통 직장인이 일이 집중될 때 하는 ‘9 to 9(주 6일)’ 정도의 업무 강도다. 또 ‘1주’인 연장근로 기준을 3개월 이상으로 바꾸면 외려 근로시간이 줄어든다. ‘1년’ 기준 채택 시 한 해 총연장근로 시간은 30%까지 감축된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나라 망한다’고 나팔 불던 이들이 주 69시간 근로 반대에 앞장선 점도 영 불편하다. “협정 체결은 1등 국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저급한 논지를 펼쳤던 장하준 런던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주 69시간 근로 개편을 “경악스럽다”며 맹폭했다. 독설을 퍼부으며 ‘주 69시간 전투’에 참전한 한·미 FTA 반대 인사들은 이외에도 김유선 전 소주성특위 위원장, 진중권 평론가 등 숱하다. ‘일하다 죽자는 것’이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류의 정치인과 참여연대 같은 편향적 시민단체의 준동은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괴담 확산의 선봉대이자 행동대가 예나 지금이나 거대 귀족노조 단체라는 점도 씁쓸하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포 마케팅을 개시하며 치밀하게 반대 여론을 만들어 나갔다. 양경수 위원장이 공중파 방송에서 “주 92시간까지 일하게 될 것”이라는 궤변으로 밑밥을 깔기 시작한 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야근 지옥’ 같은 자극적 말과 왜곡된 정보에 휘둘려 불안을 확산하고 오보를 남발 중인 언론의 무책임도 심각하다.

선동 전문가들에게 휩쓸려 고용노동부는 좌초할 지경이다. 윤석열 정부의 ‘1호 정책’ 격인 노동개혁은 이제 오직 대통령의 개인기와 용기에 달렸다.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고생해서 대책을 만든 고용부를 질책한 대목은 대통령마저 모종의 조직적 반발에 밀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부른다. 더 우왕좌왕하다간 근로시간 유연화를 갈구하는 경제 현장에서 아우성이 폭발하고 때이른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하준 교수는 69시간 근로를 “미개한 개념”이라며 비웃었다. 진짜 조롱받을 대상은 70년 묵은 굴뚝산업 시대의 낡은 노동법과 제도를 고집하는 시대착오다. 가짜를 양산하던 ‘뉴스 공장’이 끝났다지만 괴담을 생산하는 ‘선동 공장’은 여전히 활발히 가동하며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