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계 "尹 리더십에 용기얻어", K콘텐츠 애정 과시…겨울연가와 슬램덩크 이야기도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렌가테이'에서 가진 2차 만찬을 마치며 "이 마지막 한잔은 내가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한 잔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두 정상은 통역과 극소수의 외교당국자만 대동한 채 넥타이를 풀고 생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화합주'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만찬 전 열린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미 "한일 정상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데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즉시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하자 기사다 총리가 한 번 더 셔틀 외교 복원을 선언한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2차 만찬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포함한 윤 대통령의 결단과 솔직한 태도에 "감동했다"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윤 대통령과의 신뢰 우호 관계를 평생 가져가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 외교 당국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친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한일 정상 간에 언급된 '우정'은 이튿날 "여러분도 저도 좋은 친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는 윤 대통령의 게이오대 연설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행사에서 일본 재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과 대화하며 K푸드, K콘텐츠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친근함을 앞다퉈 드러냈다고 한다.
애정 표시는 정관계 인사들보다 한층 더 과감했다.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은 "한국 드라마는 한번 보면 중독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한번 보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이 빠져든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상사는 강제징용 배상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계열사다.
한 참석자는 "한일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극우도 회식하고 귀가하면 한국 드라마부터 챙겨본다"는 농담을 꺼내기도 했다.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은 "한국 선박 진수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싶다"며 "한국에 가면 삼계탕과 불고기, 게장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과거 드라마 '겨울연가'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배우 최지우 씨와 최근 한국 극장가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슬램덩크' 얘기도 테이블에 올랐다.
일본 재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솔직하고 통 큰 리더십에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용기를 얻었다"고 거듭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외빈 환영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로비 리모델링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도쿄에서 도자기를 선물 받고 "외국 정상들이 많이 오는 용산 대통령실에 잘 전시해 심수관 선생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