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당 설득하겠다"…국익에 여야 따로 없는 日 정치권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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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난 17일
日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와 만남
윤 대통령 제안한 강제징용 해법에
“韓 민주당 만나 협조 설득할 것”
공명당 대표는 ‘윤석열 시계’ 차고 등장
후쿠시마·초계기 레이더·위안부 등 거론
“尹, 日 하수인의 길” 맹비난한 이재명에
외교가 “日 ‘성의있는 호응’ 압박 나서야”
日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와 만남
윤 대통령 제안한 강제징용 해법에
“韓 민주당 만나 협조 설득할 것”
공명당 대표는 ‘윤석열 시계’ 차고 등장
후쿠시마·초계기 레이더·위안부 등 거론
“尹, 日 하수인의 길” 맹비난한 이재명에
외교가 “日 ‘성의있는 호응’ 압박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등 한국의 야당 의원들을 만나 한·일 미래 협력 관계를 위해 협조해줄 것을 직접 설득하겠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즈미 겐타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당내에 한·일 우호 의원연맹을 만들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입헌민주당은 총 465석인 일본 중의원에서 97석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제1야당이다. 그런 일본 제1야당 당수가 한국이 제시한 강제징용 해법을 관철하기 위해 직접 한국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즈미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일 청년교류 활성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한국의 열렬한 팬인 제 딸은 독학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입헌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일 전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이 제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오카다 가쓰야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한·일 사이) 감정의 문제는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다”며 “마음이 전해지는 발언이 총리에게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일본 정치권이 보여준 인상적 장면은 또 있다. 일본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과 접견하는 자리에 시계에 윤 대통령 친필 서명이 새겨진 이른바 ‘윤석열 시계’를 손목에 차고 등장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지난해 12월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그때 시계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과 야마구치 대표와의 만남은 당초 예정에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마구치 대표가 한일 미래 협력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요청해와 전날 뒤늦게 접견 일정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일본 정치인들은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은 여러 한·일 현안을 거론하며 자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일·한 의원연맹 차기 회장을 맡게 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측의 이해를 당부했다.
이즈미 대표도 2018년 한국 해군 군함이 저공 비행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초계기 레이더 조사’ 및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언급했다.
그는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현안이 해결될 수 있게 (윤 대통령이) 노력해 주시면 저희도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과거를 딛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일본은 여야가 따로 없다”며 “한국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일본에 간 대통령이 국민 뜻대로 행동하지 않고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며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일본 비위만 맞춘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굴욕적 태도”라며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자위대가 다시 이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고도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야당이 단순히 방일 성과를 ‘굴욕외교’라고 깎아내리기보단 이제라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피고기업의 참여 등 ‘성의있는 호응’을 압박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일본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은 물론 우리 야당을 상대로도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 대표와 야당은 올 여름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총리의 한국 답방 때 우리 국익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어떤 의제를 거론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즈미 겐타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당내에 한·일 우호 의원연맹을 만들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韓 민주당 설득하겠다는 日 야당 대표
이날 이즈미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제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해법(제3자 변제)을 높이 평가하면서 나왔다. 그는 “한국 내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윤 대통령이 대단한 결단을 했다”며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대승적 결단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웠다.입헌민주당은 총 465석인 일본 중의원에서 97석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제1야당이다. 그런 일본 제1야당 당수가 한국이 제시한 강제징용 해법을 관철하기 위해 직접 한국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즈미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일 청년교류 활성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한국의 열렬한 팬인 제 딸은 독학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입헌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일 전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이 제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오카다 가쓰야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한·일 사이) 감정의 문제는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다”며 “마음이 전해지는 발언이 총리에게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일본 정치권이 보여준 인상적 장면은 또 있다. 일본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윤 대통령과 접견하는 자리에 시계에 윤 대통령 친필 서명이 새겨진 이른바 ‘윤석열 시계’를 손목에 차고 등장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지난해 12월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그때 시계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과 야마구치 대표와의 만남은 당초 예정에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마구치 대표가 한일 미래 협력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요청해와 전날 뒤늦게 접견 일정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일본 정치인들은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은 여러 한·일 현안을 거론하며 자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기도 했다.
일·한 의원연맹 차기 회장을 맡게 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측의 이해를 당부했다.
이즈미 대표도 2018년 한국 해군 군함이 저공 비행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한 ‘초계기 레이더 조사’ 및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언급했다.
그는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현안이 해결될 수 있게 (윤 대통령이) 노력해 주시면 저희도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고 했다.
"이재명, 기시다 만나면 어떤 얘기 나눌건가"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번 윤 대통령 방일에서 일본 정치권이 똘똘 뭉쳐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두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왔다.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과거를 딛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일본은 여야가 따로 없다”며 “한국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일본에 간 대통령이 국민 뜻대로 행동하지 않고 끝내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며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일본 비위만 맞춘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굴욕적 태도”라며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자위대가 다시 이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고도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야당이 단순히 방일 성과를 ‘굴욕외교’라고 깎아내리기보단 이제라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피고기업의 참여 등 ‘성의있는 호응’을 압박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일본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윤 대통령은 물론 우리 야당을 상대로도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 대표와 야당은 올 여름으로 예상되는 기시다 총리의 한국 답방 때 우리 국익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어떤 의제를 거론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