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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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 산업이 커지고 있다. 국내 다양한 업체가 앞다퉈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다. 최근 국내에서는 정부가 증권형 토큰(STO) 발행을 정식 허용하면서 디지털 지갑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디지털 지갑 산업은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다.

○웹3.0 시대의 필수품

넌 암호화폐 어디에 보관하니?…'가상자산 지갑' 산업이 뜬다
가상자산 지갑은 블록체인 관련 자산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비트코인 등을 외부에 따로 저장할 수 있는 하드웨어 지갑도 있다. 하지만 관련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는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상태의 지갑을 ‘핫월렛’, 오프라인 상태의 지갑은 ‘콜드월렛’으로 부르기도 한다.

핫월렛은 크게 수탁 지갑과 비수탁 지갑으로 나뉜다. 수탁 지갑은 보통 암호화폐거래소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자산 거래 시 수탁자인 암호화폐거래소에 관련 요청을 해야 한다. 비수탁 지갑은 이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가상자산의 통제권을 가지며 관련 책임도 져야 한다. 비수탁 지갑을 ‘셀프 커스터디(self custody)’라고도 부른다. 최근 글로벌 월 이용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한 메타마스크가 대표적인 핫월렛이자 비수탁 지갑이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는 지난해 가상자산 지갑 ‘페이스 월렛’을 내놨다. 별도의 지갑 설치 없이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섯 자리 비밀번호로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휴대폰 문자 인증으로 계정 복구가 가능해 다른 가상자산 지갑처럼 시드 문구나 개인키 등 없이 사용 가능하다.

해치랩스는 지난해 설립 이후 4년 만에 약 12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앤파트너스, 스프링캠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게임사 위메이드 등이 투자했다. 해치랩스는 그동안 암호화폐 발행 없이 영업이익을 낸 보기 드문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이더리움재단에서 장려금을 받은 첫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국민은행, 해시드와 국내 첫 가상자산 수탁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도 설립했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보안감사 서비스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지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블록체인 메인넷들이 해치랩스의 페이스 월렛을 공식 지갑으로 선정했다. 폴리곤, 솔라나, 바이낸스, 니어프로토콜, 아발란체 등이 페이스 월렛을 선택했다. 페이스 월렛은 글로벌 메인넷 5개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된 최초의 지갑 서비스가 됐다.

해치랩스는 지난달엔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와 기업용 가상자산 관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해치랩스는 메타버스월드의 블록체인 메인넷 ‘팬시’에 기업용 가상자산 지갑 솔루션 ‘헤네시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헤네시스는 기업 자산 관리용 원스톱 플랫폼이다. 8개의 메인넷을 지원해 기업 내부의 가상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페이스 월렛은 최근 블록체인 게임 전문 개발사 노드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리그 오브 킹덤즈’의 공식 지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지갑 산업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는 가상자산 지갑 시스템 옥텟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메타버스 플랫폼 제프월드에 관련 기술을 제공했다. 커뮤니티 메타버스 제프월드는 커뮤니티, 메타커머스, PFP 아바타가 결합된 통합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헥슬란트는 제프월드 내 옥텟 제공으로 이용자 지갑을 쉽게 암호화하고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활동 기록부터 자산 거래를 위한 지갑 보안까지 모두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옥텟을 통해 제공되는 구체적인 기술은 사용자 지갑 생성 및 관리, 멀티시그 기반 서명, NFT 민팅 및 교환, 지갑 활동 온체인 기록, 이중 출금 방지 등이다.

헥슬란트 NFT 프로젝트 ‘모던라이언’에 세무회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던라이언은 현대카드와 멋쟁이사자처럼의 웹3.0 전문 합작 법인이다. NFT 장터 ‘콘크릿 베타’를 만들었다. 양사는 NFT 등 가상자산 보유자들이 안정적으로 가상자산 거래 내역 자산 현황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금 납부 방법도 제공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이오트러스트는 암호화폐 지갑 디센트를 만들었다. 200개국의 150만여 명이 가상자산 보관 및 관리를 위해 디센트를 쓰고 있다. 아이오트러스트는 지난해 기업용 웹3.0 지갑 ‘위핀’도 공개했다. 위핀은 인앱 위젯을 통해 한 시간 내 기업 웹페이지와 연동이 가능한 기업용 솔루션이다. 소셜 로그인 방식으로 지갑에 간단하게 가입하고 NFT 등 가상자산을 손쉽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이오트러스트는 블록체인 지갑 ‘디센트’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웹2.0 기업들이 웹3.0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웹3.0 지갑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기존 가상자산 지갑은 단일 블록체인 메인넷이나 이더리움 계열의 메인넷만 지원하지만 위핀 지갑은 20개 이상의 메인넷을 지원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이오트러스트는 최근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 아이소박스와 손잡았다. 아이소박스는 메타버스 커뮤니티로 NFT 크리에이터에게 NFT를 발행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NFT 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