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23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물가가 한은이 예상하는 대로 둔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23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물가가 한은이 예상하는 대로 둔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7회 연속 금리를 올린 지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했다. 물가가 한은이 예상한 경로대로 움직이는지 지켜보고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일단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가 한은이 예상하는 대로 둔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결정의 핵심 변수는 물가 경로와 관련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지난달 금통위 때와 달리 ‘상당 기간’이란 표현이 추가됐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상당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이해됐지만 이번에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정책 목표(2%)로 가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7명의 금통위원 중 조윤제 위원만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연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지난달 3명에서 이번에 5명으로 늘었다. 이 총재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으로 가고 있고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게 다수 의견”이라며 “(예상과 달리) 물가가 빨리 안 내려오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에서 3.5%로 낮춰 잡았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