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생성형 AI 스타트업 110곳 3조3천억 투자유치
이미 콜센터 등 AI 활용 중…자동화 업무 처리하고 인간직원에 지시도
AI, 메타버스·가상화폐 이어 '또다른 버블' 되나 우려도
'챗GPT'의 폭발적인 인기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AI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가상화폐 등의 붐을 잇는 또 다른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스트·이미지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가 일부 결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공허한 IT 유행어로 끝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챗GPT 기반 AI 기술인 GPT-3 등 AI 관련 도구에 접근하기가 용이해졌으며, IT업계 전반의 투자 환경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AI 관련 간판을 내걸면 투자 유치도 훨씬 쉬운 분위기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기존 사업·서비스를 AI와 관련된 것으로 바꿀 유인은 차고 넘친다고 WSJ은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미국 내 생성형 AI 스타트업 110곳의 투자 유치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또 올해도 관련 투자 유치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함량 미달의 '무늬만 AI' 스타트업들이 다수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를 이용한 업무 분석기업 휴머나이즈의 벤 웨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생성형 AI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최근까지 웹3와 블록체인을 이야기했다"면서 "이들은 방금 자신들의 브랜드를 바꿨다"고 비판했다.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의 맷 모버그는 "과대광고 주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전에는 메타버스, 대마초가 있었고 5년 전에는 3D프린터 기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사업가는 지난해 9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플랫폼 등 탈중앙화 차세대 인터넷 기술인 웹3 스타트업을 창업하려다 3개월 만인 12월에 AI로 방향을 바꿔 AI 스타트업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AI 기술이 실제로 산업 현장에 급속히 도입되고 있어 그저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WSJ은 AI 기술이 이미 일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선두주자는 콜센터라고 소개했다.

콜센터에서 AI가 자동화된 기본적 업무를 처리하고 인간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수리 서비스 업체 '홈서브 USA'가 최근 도입한 AI 기반 가상직원 '찰리'는 하루에 1만1천400건의 전화를 받아 해당 부서에 연결해주거나 수리 일자를 잡고, 인간 직원이 고객에게 쓸 표현을 알려주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찰리는 현 통화량의 15%를 처리하고 있으며, 내년 20%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40% 정도를 맡아서 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찰리를 '개인 조수' 정도로 생각하도록 직원들에게 말하고 있지만, 부서 연결을 잘못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추천한다는 이유로 찰리를 달가워하지 않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콜센터를 그만두는 인간 직원들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 직원은 "찰리는 업무를 쉽게 만들어주려는 것이지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도록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나는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으며 찰리가 내 상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모든 직종에 걸쳐 업무 활동의 25%가 자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미 노동통계국에 등록된 800개 직종 가운데 60%의 경우 향후 10년간 업무의 3분의 1가량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게 맥킨지의 전망이다.

다만 스탠퍼드대 '디지털 이코노미 랩'의 에릭 브리뇰프슨은 이와 관련해 "'일자리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이 예상되며 일자리의 질이 이슈"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