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대졸공채 합격증을 받은 날
대졸 공채 합격자 발표날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친구와 편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휴대폰 알림 소리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22년 대졸 신입 채용 전형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최종면접 결과 확인 페이지 첫 줄을 확인한 나는 그저 얼떨떨했다. 최종 합격한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 예스!”하고 외치거나 “꺅” 환호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합격증을 받고 나니 입사 후 직장생활에 대한 염려가 밀려와 멍해졌다.

얼떨결에 취업 턱을 냈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예상치 못한 축하를 한껏 받고는 밤 12시가 넘어서 침대에 누웠다. 혹여 잘못 본 건 아닐까. 결과 확인 페이지를 다시 읽어봤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집에서 자기소개서를 끄적이던 지난해 초가을, 카페에서 면접 준비를 한 늦가을과 초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최종면접 날…. 취업을 준비하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취업준비생의 시간은 그리 고통스럽진 않았다. 나는 괜찮다고,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참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긴장을 풀어도 되는 걸까? 갑자기 나도 몰랐던 그 긴장감에 괜찮다고 스스로 억눌렀던 설움이 터져 나왔다.

나는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면접 때 ‘취준생 기간에 뭘 했냐?’는 질문에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자랑거리였다. SNS를 통해 응원받고 힘을 얻었기에 감사한 한편 책임감을 느낀다. 콘텐츠 제작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나 홀로 기획, 촬영, 편집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친구는 취업 스터디를 했지만 난 선뜻 참여할 수 없었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삶을 유지하면서 취준생 탈출에 성공하려면 방법은 단 하나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약속을 최소화했다. ‘모두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꼭 해야만 하는 것’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유튜버답게 면접 준비도 유튜브로 끝냈다.

노트북, 노트, 필기구를 챙겨 카페로 향했다. 노트 맨 위에 다소 오글거리는 다음의 문구를 대문짝만 하게 적었다. ‘Back to Basic, 지피지기(知彼知己).’ 먼저 지망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정리했다(지피, Who are you? What do you want?). 이어 나의 특징을 키워드 4개로 정리했다. (지기, Who am I?), 내가 왜 이 분야, 회사, 직무에 끌렸는지(지기, What do I want?) 솔직하게 적어봤다. 돌이켜보니 본질(知彼知己)에 충실하게 준비한 덕을 크게 본 것 같다.

입사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원하던 회사에 들어간 소감?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 같은데 주위의 기대는 높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좌우를 살피며 ‘이래도 되나?’ ‘저래야 하나?’ 눈치를 본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더니, 최종 합격에 대한 축하는 이제부터 더 잘하라는 응원이었나보다. ‘그래, 기대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어디냐!’ 감사한 줄 알아야지. 매일 한 걸음이나마 전진하는 ‘성장 캐릭터’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