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망·행방불명자 가족 126명,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
5·18 민주화운동 당시 11살 어린 나이에 계엄군 총에 맞아 숨진 전재수 군 유족에 대한 국가의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광주지법 민사14부(신봄메 부장판사)는 5·18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가족 12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의 80∼100%를 인정해 정부가 각각 10만∼1억4천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 일부는 국가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상징적으로 10만원만 청구했다.

이번 소송에는 만 11살에 숨진 전재수 군 유족도 참여했다.

전군은 1980년 5월 24일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러 집을 나섰다가 광주 남구 진월동 마을 앞동산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 여러 발을 맞고 사망했다.

광주 재진압 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송정리 비행장으로 향하던 11공수여단 군인들은 매복한 시민군으로 오인하고 집중 사격을 했다고 해명했다.

충격을 받은 전군의 어머니는 1984년, 아버지는 2000년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5천4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전군은 제대로 된 얼굴 사진이 없었던 탓에 무궁화 사진을 영정으로 쓰다가 2021년에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찍었던 가족사진이 발견된 사연으로도 잘 알려졌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옛 전남도청에서 사망자들의 시신 수습을 돕다가 계엄군의 총에 숨진 희생자 가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계엄군에게 체포돼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한 시민과 시위 참여 후 행방불명된 이들의 가족도 있다.

친구에게 책을 빌리러 전남대 앞 주택가를 지나다가 계엄군에게 총을 맞은 여학생 가족의 사례도 있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헌법 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인해 고인과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고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국가기관이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로 위법성 정도가 매우 중대한 점, 유사한 국가배상 판결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990∼2000년대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해 더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정신적 손해를 고려하는 내용이 없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