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인 진술 모순투성이…자재 수량 확인할 의무 없어"
지하차도 개설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음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준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사기 방조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48)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B(55)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도내 한 지하차도 개설공사 시공사의 현장소장이었던 B씨는 2017년 9월 '혼합골재'를 시공하도록 설계된 곳에 20%만 혼합골재를 시공하고, 80%는 인근 공원에서 가져온 토사와 해당 공사 현장에서 수거한 골재로 시공해 1억8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장 감독관이었던 공무원 A씨는 혼합골재가 수량에 맞게 실제로 공사 투입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준공검사 조서를 허위로 작성 제출해 B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현장에서 여러 차례 혼합골재가 쓰이는 걸 보았기에 설계도서나 공사계약에 맞게 시공이 이뤄졌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범행의 고의를 부인했다.

1심은 A씨가 사급자재 수불부(서류상으로 원료가 들어온 양과 사용된 양 등을 대조하는 서류)를 제대로 확인한 바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유력한 증거로 쓰인 공사 관계자 C씨의 진술에서 모순이 발견되고, C씨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사급자재 수불부를 확인함으로써 혼합골재로 시공해야 할 부분에 토사로 시공한 점 등을 알아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점, 법령이나 지침상 공사감독관에게 준공검사 시 사급자재 수불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점 등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고, 범행을 인정하며 7천만원을 공탁하고 손해액을 갚겠다는 의사를 밝힌 B씨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