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만히 있어도 아는 분을 20~30명 만나게 되더라고요.”(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 깊은 대화를 나눴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18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장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스탠딩 형식으로 열린 행사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글로벌 CEO, 정·관계 인사 300여 명이 와인잔을 들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이날 행사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세계에 알리고 부산을 홍보하려는 목적에서 열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등 12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위원사가 공동으로 준비했다.이날 글로벌 CEO들과 오찬을 함께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한국의 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제 외교 관련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국내 경제계에선 주최사 대한상공회의소의 최태원 회장(SK그룹 회장)과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외국 인사 중에선 척 로빈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 아니시 샤 마힌드라그룹 CEO, 앤서니 탄 그랩 창업자 겸 CEO, 밥 스턴펠스 맥킨지글로벌 회장,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 등이 나와 인맥을 쌓았다.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은 ‘부산엑스포 홍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라는 행사 목적을 달성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좋은 결과가 이미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하니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15년 전쯤 다보스에서 처음 ‘한국의 밤’ 행사를 한 기억이 있는데 그동안에 비해 오늘은 외빈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행사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평소 ‘글로벌 네트워크’를 폭넓게 쌓아온 이재용 회장은 자신이 받은 글로벌 CEO들의 명함 수십 장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취재진에겐 “나를 찍는데, 카메라는 다 캐논(Canon) 제품”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일 자신의 전날 ‘캐논 발언’에 대해 “니콘 분들이 섭섭하시겠네”라며 다시 한 번 농담을 했다.정의선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와 현대차 브랜드 홍보 효과에 대해 “만족스럽다. 다 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아메론호텔에 ‘2030 부산엑스포’ 로고가 부착된 투명 유리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제네시스 엑스를 전시했다. 부산엑스포 홍보 문구가 래핑된 차량 58대도 다보스에서 운영 중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해외 리더의 관심도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황정수/ 다보스= 좌동욱 기자 hjs@hankyung.com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며 "용산 집무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에서 "다보스에서의 첫 일정으로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과 오찬을 갖고 나니, 글로벌 문제를 민간의 기술혁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이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며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국가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윤 대통령은 전날 다보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한국 투자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윤 대통령은 전날 밤 '한국의 밤' 행사를 통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편 점도 언급했다.윤 대통령은 "부산 세계박람회는 복합위기와 불확실성, 양극화 등 전 세계가 마주한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쟁과 분단, 빈곤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경제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우리의 경험을 다른 국가들과 나누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취리히 시내 한 호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가 열렸다. 윤 대통령이 인사말을 마치자 한인들로 구성된 베른 한인 중창단에 이어 사물놀이패가 무대에 올랐다. 사물놀이 공연에 윤 대통령은 흥이 오른 듯 연신 리듬에 맞춰 박수를 쳤다. 공연이 마무리되려던 순간 윤 대통령은 갑자기 “앵콜”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금발의 외국인 사물놀이패 대장으로부터 “앵콜 갑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사실 이날 공연한 사물놀이패 단원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능숙한 한국어로 “앵콜 갑시다”라고 화답한 사물놀이패 대장은 스위스 출신 헨드리케 랑게다. 랑게는 사물놀이의 해외 전파에 힘쓰고 있는 ‘외국인 문화 전도사’로 잘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스위스에 공연을 온 사물놀이패를 접한 뒤 사물놀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이후 스위스에 있는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자 윤 대통령은 랑게에게 악수를 청하며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먼 이국 땅인 스위스에서 현지 외국인이 사물놀이를 능숙하게 연주하며 한국 문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흐뭇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