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산 바나나를 아침밥으로 먹는다. 출근길 손에 든 것은 브라질산 커피다. 저녁엔 호주산 소고기를 먹고, 칠레산 와인을 곁들인다. 요즘 한국인의 식문화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한국산 승용차를 타고, 한국산 스마트폰을 쓰며, 한국산 TV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 무역 덕분에 지구촌 사람들은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상품을 손쉽게, 그리고 싼값에 소비할 수 있다. 이러한 무역을 가능케 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기회비용 차이'로 이뤄지는 무역…모든 국가에 이익이죠

절대우위와 비교우위

애덤 스미스는 국가 간 무역을 절대우위론으로 설명했다. 절대우위란 어느 나라가 특정 재화를 다른 나라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여러 나라가 각자 절대우위를 가진 상품을 생산해 서로 교역하면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된다고 스미스는 설명했다. 그러나 절대우위론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나라가 모든 재화에 대해 절대우위를 가진 경우 교역의 발생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절대우위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비교우위에서 비교의 기준은 기회비용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한 시간에 자동차를 40대 생산하거나 소고기를 50t 생산할 수 있고, 미국은 자동차를 50대 생산하거나 소고기를 100t 생산할 수 있다고 하자. <표1>

자동차와 소고기 모두 미국이 절대우위를 가진다. 비교우위는 다르다. 자동차 생산에서 한국의 기회비용은 소고기 1.25t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려면 소고기 1.25t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미국의 자동차 한 대당 기회비용은 소고기 2t이다. 즉, 한국은 자동차를 미국보다 더 작은 기회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자동차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 미국은 소고기에 특화해 생산량을 늘린 뒤 서로 교역하면 자동차와 소고기 모두 전보다 많은 양을 소비할 수 있다. <표2>

송중기가 연기를 택한 이유

비교우위는 무역뿐만 아니라 나라 안에서 분업이 이뤄지는 이유도 설명해 준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우 송중기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쇼트트랙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잘생긴 얼굴에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엄친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송중기가 연기, 공부, 운동을 한꺼번에 다 하진 않는다. 톱스타인 그가 연기 활동을 줄이고 다른 일을 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송중기는 ‘가성비’가 제일 높은 연기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송중기가 잘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하면서 분업이 이뤄진다.

비교우위론에서 눈여겨볼 점은 한 품목의 기회비용은 다른 한 품목의 기회비용의 역수라는 것이다. 표1에서 한국의 소고기 생산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0.8대로 자동차 생산의 기회비용(소고기 1.25t)의 역수다. 이것은 어느 한 나라가 모든 재화에서 비교우위를 갖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한 나라의 기회비용이 어느 한 상품에서 작다면, 다른 상품의 기회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모든 일에서 비교우위를 점하지는 못하며, 누구나 한 가지 일에서는 비교우위를 가진다.

무역은 모든 나라에 이익

비교우위론에도 한계는 있다. 첫째, 산업에 따른 생산성 차이를 간과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은 생산량 증가에 따라 생산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농업 등 1차 산업은 생산량이 증가하는 만큼 생산비도 커진다. 비교우위론에 따라 한 나라는 제조업에 특화하고, 한 나라는 1차 산업에 특화하면 양국 간 생산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둘째, 생산 요소를 노동 시간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생산비에는 자본, 지대, 기술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무역에는 생산비뿐만 아니라 운송 비용도 들어간다.

또 비교우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 경제 개발 초기 신발, 가발 등 노동집약적 상품을 주로 수출했다. 현재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술집약적 상품에 비교우위가 있다. 몇 가지 한계는 있지만 비교우위론은 각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해 생산·교역하면 모든 국가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는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