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지난 16일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건강보험 누적적자 규모가 2070년이 되면 7000조원을 넘는다는 정부의 내부 추계 결과가 최근 나온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국민의 건강보험료와 정부의 국고지원금 등으로 조성된 건강보험 적립금은 올해 말 2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약 50년 동안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이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건강보험의 장기 재정추계 결과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재정비전 2050' 수립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비전 2050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범정부적 중장기 재정전략으로, 올해 말까지 207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 결과와 향후 추진과제 도출을 목표로 한다.

[단독] "2070년 건보 누적적자 7000조"…尹정부 내부추계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2060년까지의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한 적은 2020년에 한 차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2070년까지의 추계 결과가 담긴 재정전망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비전 2050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 내에서 대외비로 작성된 건강보험 장기재정 전망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적자가 2070년에 7000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악화됐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당기 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내리 당기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당장 내년에 1조4000억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말 기준 21조2000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적립금(누적수지)은 2028년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상태를 방치할 경우 국내 건강보험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내년에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담긴 건강보험 장기재정 추계를 대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저출산·고령화 진행 속도 및 성장률을 비롯한 거시경제 변수 등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작성된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과 결과가 다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60년 건강보험 누적적자 규모를 5765조원으로 예측했다.
감사원 제공. 2020년 작성된 2020~2060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내용.
감사원 제공. 2020년 작성된 2020~2060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내용.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인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환자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과도하게 넓히면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일부 항목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해 필수의료 쪽으로 보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비전 2050 수립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최근 '연금보건경제과'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연금보건경제과 신설 이유에 대해 "연금개혁을 경제적 측면에서 적극 뒷받침하고 보건의료 분야 정책의 협의·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