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한국전력에 6000억원을 대출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포함해 은행은 연말까지 2조원 이상을 한전에 대출할 예정이다. 그동안 회사채 시장이 도맡아온 한전의 자금줄 역할을 은행이 떠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도 무작정 자금을 공급할 수 없어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선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운영자금 차입을 위한 1차 입찰을 실시해 하나은행으로부터 6000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대출금리는 연 5.5~6.0%로 알려졌다. 한전은 총 네 차례 입찰을 통해 연내 2조원 이상을 시중은행 대출로 확보할 계획이다. 2차 입찰 예정일은 22일로 하나·국민·우리은행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채 수준의 금리만 보장되면 은행 차입 규모를 더 늘려도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전 대출은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신용등급 AAA급인 한전이 올해 대규모 적자로 인한 자금난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를 무더기로 발행하면서 자금시장이 교란되자 정부가 한전에 ‘한전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을 늘리도록 한 것이다.

5대 금융지주는 한전 대출을 포함해 증권사, 건설사 지원 등을 위해 연말까지 총 95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은행도 ‘내 코가 석 자’라는 점이다. 은행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를 더 찍거나 예금을 더 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은행채 발행과 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 등이 적극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지 않으면 연말 자금시장 경색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지훈/박상용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