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 아연 광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 조장 박모(62) 씨와 광부 박모(62) 씨는 지난 4일 오후 11시 3분께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갱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다.
두 사람은 폐갱도 내에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주위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저체온증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커피믹스 30봉지를 3일에 걸쳐 식사 대용으로 먹었고, 이후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에 올라 안동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보조 작업자 박 씨는 구급대원에게 "바다가 너무 보고 싶다"면서 "미역국과 콜라도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광부들이 입원해있는 안동병원을 찾은 후 생존자들과 나눈 대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구조된 박 조장에게 당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밥 한 그릇 먹으며 소주 한잔하고 싶다고 하더라. 또 바로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눈에 안대를 한 채 일반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작업자들이)장기간 빛에 노출되지 않은 만큼, 갑자기 햇빛을 받게 되면 시력에 손상이 올 수 있다"면서 "3일 정도 걸쳐 서서히 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기 저체온증 증세와 근육통을 호소했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두 분 모두 현재 상당히 안정을 찾았다"면서 첫 끼 점심 식사로 소량의 죽(미음)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양을 먹으면 대사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한동안 소량식으로 식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