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세타2 GDI 엔진’ 관련 추가 충당금 2조9000억원을 올해 3분기 실적에 ‘품질 비용’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2020년 해당 엔진 관련 역대 최대 규모(3조4000억원)의 품질 비용을 반영한 지 2년 만이다. 증권업계는 다음주 발표될 현대차·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로 추정했지만 추정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세타엔진 충당금 2.9조, 3분기 실적 반영"
현대차, 기아는 각각 1조3602억원, 1조5442억원의 품질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고 18일 공시했다. 두 회사는 공시에서 “3분기 경영 실적에 추가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인 고객 보호 조치를 위해 품질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공시 후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다음주 실적 발표에 앞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증권업계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로 추정했으나 이번 충당금을 반영하면 1조원대 후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2조3000억원 수준이었지만 1조원 안팎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의 충당금 반영은 2018년 4600억원, 2019년 9200억원, 2020년 3조4000억원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현대차·기아는 2019년 세타2 엔진을 얹은 국내외 차량 400여만 대를 평생 보증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평생 보증 결정 후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보다 많아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환율이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더 늘렸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중고차 잔존연수가 길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차량을 더 오래 타고 있다는 말이다. 회사 측은 다만 올해 차량 한 대당 조치 비용이 2019년 대비 21% 감소하는 등 안정화되는 추세라는 입장이다.

세타 엔진은 현대차의 독자 개발 엔진의 상징과 같다. 2002년 독자 개발해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하기도 했다. 후속 세타2 엔진은 2009년 나왔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면서 엔진 출력이 높아 호평받았다.

세타2 엔진 관련 논란이 불거진 건 2015년이다.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주행 중 멈추는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엔진 결함 논란이 일자 현대차는 그해 미국에서만 47만 대를 리콜했다. 2017년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리콜했다. 미국 약 130만 대, 한국 약 17만 대가 대상이었다. 대상 차량은 현대차 쏘나타, 투싼, 싼타페 등과 기아 K5, 쏘렌토, 스포티지 등이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