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윤 대통령, 이현배 ING은행 서울지점 본부장,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윤 대통령, 이현배 ING은행 서울지점 본부장,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달러 강세와 이로 인한 주요국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정부부터 더욱 긴장감을 갖고 준비된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필요한 적기 조치를 하겠다”며 “경제팀은 24시간 점검 체계로 빈틈없이 대응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주재한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가) 더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 경기가 급랭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에 대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기 둔화 장기화될 수도”

이날 회의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경제 불안요인에 대해 기업과 금융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1·2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 땐 참석하지 않았던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간판 계열사의 재무와 전략담당 고위 임원들이 초청됐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기탄없이 말해달라”고 했다.

다수의 회의 참석자는 △금융·외환 시장 불확실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경기 둔화 등 리스크 요인을 거론하며 “주요 선진국 경기가 내년까지 부진하면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박 사장은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위기가 왔을 때 선제적 투자를 통해 도약의 기회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다소 어렵더라도 당초 계획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IRA 집행 과정에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공장 운영 등에 애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기업 관계자들은 환리스크 헤지, 매출채권 연체율 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변동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며 “평상시와 비교할 때 외화자금 조달 여건에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추경호 “외환시장 안정 협조해 달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업들에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지연, 수입 기업의 달러 선매수 등 강달러 지속에 따른 불안심리로 환율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들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 환전을 늦추는 행위 등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상시처럼 정상적인 외환 거래를 해달라는 당부”라고 설명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는 의견도 나왔다. 장재철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자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선 더 튼튼하다”면서도 “국내 금리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미 발표한 대책에 더해 저신용기업에 대한 신용공급, 필요시 유동성 지원 등 비상대응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 요인으로 시작된 위기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충격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한국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좌동욱/김보형/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