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미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와 칼럼, 문학비평 등을 주로 써온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이민 가정에서 자란 여성인 저자는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동시에 타인을 깊이 통찰하는 '고닉표 회고록'으로 이름을 알렸다.

책은 7개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멀어지면서도 낯선 이들 사이로 들어가 연결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과 변화가 담겼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나와 타인'이 비로소 '우리'로서 기능하게 됨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는 뉴욕 구석구석이 배경이다.

저자가 거리에 발을 딛는 순간 그곳에서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고닉은 마주친 수많은 사람을 관찰하고,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관계는 얽히고설켜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

저자는 세상에서 말하는 보통의 관계, 부부 사이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자신이 자립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세상의 권력과 관계에 대해 알아가는 일에 대한 경험, 타인과 관계 맺으며 친해지고 멀어지는 일 등에 관한 글을 통해 타인과 이어진다는 의미를 되짚는다.

바다출판사. 244쪽. 1만6천원.
▲ 선물 = 루이스 하이드 지음. 전병근 옮김.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번역가, 문화 비평가인 저자가 예술가가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런 활동이 우리 사회와 맺는 관계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다룬 책이다.

상상력과 예술의 공적 역할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창조적 정신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에 관한 생각을 풀어냈다.

저자는 재능과 영감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책 제목인 영어단어 '기프트'(gift)가 재능이자 선물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는 예도 든다.

재능은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대가 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선물이기 때문에 공동체에 환원해야 한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책은 인간이 꾸준히 '선물 순환의 힘'으로 살아왔다고 설명한다.

뉴기니 동쪽 끝에 사는 마심족의 선물 교환 순환 '쿨라'와 마오리족이 중시하는 선물 순환의 정신 '하우' 등도 소개한다.

또 영미 현대 문학의 두 거장인 월트 휘트먼과 에즈라 파운드의 작품 세계를 살피며 선물 순환을 탐구한다.

저자는 '창작물도 선물'이란 주장도 펼친다.

시장 논리를 넘어선 선물 순환의 논리에서 창작을 바라보고 창작자를 지원해야 한다며, 창작자의 존엄성 있는 삶을 위한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 작품의 본질과 의미, 창작자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유유. 672쪽. 3만원.
▲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로 캐나다 페리미터 이론물리학연구소 창립 멤버이자 수석교수인 저자가 최신 물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시간의 물리학에 관한 논의를 다룬 책이다.

강형구 국립대구과학관 연구원 겸 학예사가 번역을 맡았다.

저자는 충분한 정보가 있으면 모든 입자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 등 현대 물리학의 관점을 언급하며 "이런 관점이 오늘날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을 막다른 곳에 다다르게 했다"고 지적한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사. 492쪽. 2만4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