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올해를 신약 개발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는 원년으로 선포했다. 판매 방식을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통사를 거치지 않는 직접판매 체제로 전환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셀트리온그룹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요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경쟁이 심화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큰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쌓아온 항체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신약 분야에서도 활용한다는 계산이다.셀트리온이 개발한 의약품의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직판 체제를 미국에도 적용한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출시하는 항암제 아바스틴의 복제약 ‘베그젤마’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복제약 ‘유플라이마’ 직접 판매를 시작한다.셀트리온제약은 2028년까지 비후성심근증 치료 신약을 비롯해 12개 개량 신약과 제네릭(케미컬 복제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1년 말 출범한 순수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인수합병(M&A)에 나선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SK그룹 지주사인 SK㈜의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가 글로벌 사업 현지화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상승을 노린다. 뇌전증 신약과 발작 감지 의료기기 판매에 더해 차세대 치료제인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생산할 예정이다.SK㈜는 지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시즌스호텔에서 파트너사, 투자회사 등과 함께 ‘SK바이오나이트’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신규 선임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사장, 김연태 SK㈜ 바이오투자센터장 등이 자리했다.SK바이오팜은 미래 성장전략으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매출 확대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꼽았다. 이 사장은 “미국 뉴저지 법인의 제약 영업담당 100여 명이 모두 현지 인력”이라며 “직접판매 전략이 성공한 덕분에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은 3분기 기준 2020년 32억원에서 2021년 199억원, 2022년 474억원으로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세노바메이트 마케팅 활동이 강화되는 만큼 처방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분기 흑자 전환은 문제 없을 것”이라며 “캐시카우와 신사업을 동시에 가져가는 빅 바이오텍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SK바이오팜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5개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중동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이제 준비는 마쳤고 이륙만 남은 상태”라며 “현지 영업망에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뇌전증 발작 감지·예측 기기, 새로운 중추신경계 약물들을 끼워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최근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각광받는 ADC 위탁생산(CMO) 계획도 밝혔다. 김 센터장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위탁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SK팜테코도 성장 전략을 공유했다. 알그림 사장은 “SK팜테코는 2025년까지 매출 2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2026년 증설이 완료되면 합성의약품 생산시설은 7만5000㎡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CMO 분야에서 지금까지 투자했던 회사들이 올해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2024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는 SK㈜와 ‘한 몸’처럼 움직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 사장은 “SK㈜ 바이오센터장 시절 눈여겨보던 기업들과 올해 미팅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SK㈜와 정보 교환을 더욱 긴밀히 하며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압타바이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 과정에서 발생한 악재를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FDA의 임상 보류(Clinical Hold) 결정은 공시 대상이며, 며칠만 늦어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압타바이오는 8개월 동안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한국거래소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압타바이오는 FDA IND 승인 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임상 보류 통보를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만든 바이오 공시가이드라인에는 IND에 대한 규제기관 등의 심사 제한 또는 보류 등 결정을 받은 경우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압타바이오가 해당 악재를 숨긴 기간은 약 8개월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일 압타바이오는 조영제유발급성신장손상(CI-AKI) 치료제 아이수지낙시브(Isuzinaxib) APX-115의 FDA 임상 2상 IND 승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해당 임상은 현지시간으로 2022년 5월 31일에 IND를 신청하고, 지난 6일에 승인받은 건이다. FDA의 IND 승인 절차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다르다. 국내는 임상 1~3상 승인을 명확하게 바이오회사에 통보해준다. 반면 FDA는 규정상 임상 IND가 접수된 후 30일이 지나면 효력을 가지게 된다. 즉 FDA의 IND 심사 기간은 30일이며, 이 기간에 아무런 공지가 없으면 IND 승인이라고 보면 된다. 예외적인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이 시급한 경우다. 해당 사례에 해당하면, FDA는 30일이 지나기 전에 연구를 시작하도록 일찍 통보를 한다. 두 번째는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임상시험 중단을 지시하는 경우다. IND 신청은 ‘임상 보류' 상태가 되며, 30일 심사 기한은 자동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압타바이오는 APX-115 임상 2상 IND 심사가 진행되는 8개월 동안 어떠한 ‘임상 보류’ 공시도 하지 않았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심사 과정 중에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상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연구 담당자들이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석차 해외에 체류 중이라서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약 개발이 기업 가치 전부인 바이오 회사는 임상과 관련된 사소한 이슈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에이비엘바이오는 임상 보류 공시로 2거래일 만에 주가가 11% 하락했다. 공시가 며칠 늦었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위기에도 처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1월 7일 이중항체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의 FDA 임상 1상 IND 변경 신청, 그해 12월 12일 FDA의 부분 임상 보류(Partial Clinical Hold) 통보 사실을 공시했다. 보류 통보 발생일이 2022년 11월 22일이었으며, 공시 지연을 사유로 지난 11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은 상황이다.거래소는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압타바이오에 확인해보니 보류 결정이 있었던 게 맞다”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코스닥본부도 경위를 파악하고 나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