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부터 골프 매진한 우즈
만능선수 후 '테니스 神' 페더러
다빈치·에디슨·고흐의 창의력은
숱한 경험 '샘플링 기간'서 숙성
'한우물 지식'은 AI 활용하고
폭넓은 융합으로 '입체 사고'를
고두현 논설위원
사람은 어떤가. 두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최고의 경지에 오른 타이거 우즈는 ‘조기 영재’ 스타일이다. 타고난 재능에다 생후 7개월 때 골프채를 쥐여준 아버지의 열정이 더해졌다. 반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다양한 운동을 폭넓게 접하고 뒤늦게 테니스로 진로를 결정했다. 어릴 때 스키 레슬링 수영 야구 핸드볼 탁구 배드민턴 등을 두루 섭렵한 다음에야 테니스를 택했다. 성공한 선수들은 의외로 페더러 스타일이 더 많다.
'조기 전문화'와 '늦깎이 전문화'
베스트셀러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원제: Range)》을 쓴 미국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우즈를 ‘조기 전문화’의 표본, 페더러를 ‘늦깎이 전문화’의 전형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서 늦깎이란 ‘경험의 폭을 넓힌 덕분에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뜻이다.엡스타인은 조기 교육도 의미 있지만, 자기 적성과 관심을 폭넓게 탐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성공한 선수들은 1~15세 동안 자기 종목에 쏟은 시간이 의외로 적고 다른 운동을 다양하게 경험했다”며 그 시기를 ‘샘플링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동료 폴 고갱 역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다 35세에 화가가 됐다. 평균수명 40대인 시절로서는 매우 늦은 시기였다. 고흐와 고갱의 오랜 탐색과 경험은 마침내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바꿔놨다. 늦게나마 자기만의 지향점을 찾아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길을 개척한 것이다.
무기로 가득한 '다빈치 자소서'
첨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반감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 걸까. 앞으론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영역을 입체적으로 연결하고 그 접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올리면서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빈치 네트워크’(잠재력 발휘 글로벌 운동)의 창립자 와카스 아메드는 이 같은 융합인재를 ‘폴리매스(Polymath)’라고 부른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총체적인 사고와 방법론으로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라는 의미다.
코로나 딛고 재기하는 이들에게
과학적 지식과 직관적 체험을 모두 중시한 철학자 스피노자는 17세기에 벌써 이런 원리를 간파해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 첼리스트 장한나가 ‘가야금 명인’ 황병기로부터 들은 덕담도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였다.사람마다 발전 속도가 다르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이르거나 늦거나 간에 내 능력을 키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그 비가 언제 내릴지 알 수 없지만 빗물은 늘 경험 많은 농부의 밭을 먼저 적신다.
조금 늦으면 또 어떤가. 그동안의 실패를 밑천 삼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코로나 사태로 폐업까지 내몰렸다가 재기에 나서는 자영업자가 많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이들에겐 더 큰 밭과 단비가 필요하다. 자연의 섭리(攝理)에는 ‘한 손(手)’으로 ‘세 귀(耳)’를 모아 듣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 내밀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겐 “비가 가득하면 비로소 땅에 쏟아지리라”는 솔로몬의 잠언도 더 깊게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