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코딩 배우기 열풍
취업 준비생 이민혁 씨(29)는 경희대에서 회계세무학을 공부했지만 관련 분야에 취직하는 대신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보기술(IT) 인력을 양성하는 ‘부트캠프’를 통해 웹 페이지 개발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최근엔 이를 활용해 성격유형검사(MBTI) 기반 장소 추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이씨는 “문과생으로서 코딩 공부 로드맵을 짜는 것이 막막했는데, 조금씩 재미를 붙이고 있다”며 “하반기엔 기업 연계형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개월 안팎의 단기 코딩 교육 과정에 구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코딩 교육 스타트업인 코드스테이츠가 17일 내놓은 ‘2021 IT 교육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부트캠프에 지원한 인원은 2만457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의 6273명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대다수가 취업에 목마른 20대 남자였다. 20대는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30대 초반이 35%, 30대 후반이 8%로 뒤를 이었다. 40대 이상 수강생 비율도 25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엔 여성과 중장년 참여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전직 임원 등 50대 참여자가 적지 않았다. 최고령 수강생은 55세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67%, 여성이 33%였다.

가장 인기 있는 커리큘럼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기법을 배우는 ‘그로스 마케팅’으로 전년에 비해 지원자가 11배 급증했다. ‘AI 개발’ 분야도 4배 이상 늘었다. 코딩 교육업계 관계자는 “대학에서 관련 분야 전공을 했더라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실무 과정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트캠프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배운 뒤 대기업 스마트 공장 관련 분야에 취업한 김지형 씨(30)는 “전자공학부를 졸업했지만 학부 시절 입문 수준의 코딩만 배웠다”며 “데이터 기반 영화 추천 사이트를 만들어 보는 등 실무형 프로그램이 현업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