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눔과 친절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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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hyshin@redcross.or.kr
![[한경에세이] 나눔과 친절은 계속돼야 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07.24873649.1.jpg)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받지 못한 채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는 160여 년 전 적십자운동의 창시자인 장 앙리 뒤낭이 목격한 이탈리아 솔페리노 전투 현장과 닮았다. 1859년 6월, 스위스의 사업가 앙리 뒤낭은 적군과 아군을 차별하지 않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돌봤다. 이후 당시의 참혹함을 저술한 저서 《솔페리노의 회상》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고 존엄성을 보호하는 구호단체 설립과 국제 조약 체결을 제안했다. 오늘날 앙리 뒤낭의 숭고한 정신은 192개국의 적십자 인도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 세계 무력 충돌과 재난 현장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적십자와 함께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따뜻한 인류애가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확진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동해안 대형 산불 피해 지역 등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직원과 봉사원, 혈액 수급의 위기 상황에서 헌혈에 동참해준 헌혈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성금과 물품으로 온정의 손길을 건넨 우리 국민들. 그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더 서로를 돕고 배려했다.
지금도 1500만여 명의 적십자 봉사원들은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22년도 적십자 봉사명문가’로 선정된 임창만 봉사원 가족은 3대가 총 43년8개월, 1만8710시간 동안 나눔을 몸소 실천했다. 이렇듯 선한 영향력과 봉사의 힘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지역사회를 버티게 해줬다.
올해 세계적십자의 날 슬로건은 ‘BeHumanKIND(따뜻한 인류애)’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5월을 맞았다. 여전히 혼란과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친절은 이어져야 한다. 이웃의 지친 마음을 돌보고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에 따뜻한 인류애가 꽃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