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시각장애인 집 건설·청소년 도움 등 국민포장 수상
노숙인·어르신 미용 봉사 집중…"봉사가 직업 됐다"
[#나눔동행] 28년간 취약계층·청소년 도운 '창원 봉사 달인' 김호근 씨
"봉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직업이 됐네요.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거주하는 김호근(64) 경남안전문화시민연대 창원시지부장은 지역에서 '봉사 달인'으로 불린다.

김 지부장은 26년간 대입 수험생 수송, 14년째 노숙자 및 어르신 이·미용 등 일반인은 한 가지도 하기 힘든 다양한 봉사를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을 돕는 '120 생활민원기동대'에서 사무국장, 대장 등 직책을 맡으며 28년간 이웃에 온정을 나눴다.

'120기동대'는 김혁규 옛 경남도지사 시절 만들어진 지자체 봉사 조직이다.

김 지부장은 기동대 활동을 하며 2003년 창원을 강타한 태풍 '매미' 당시 물에 잠긴 가전제품을 직접 수리하거나 홀몸 노인 집수리, 도배, 장판 교체 등 다양한 봉사를 해왔다.

[#나눔동행] 28년간 취약계층·청소년 도운 '창원 봉사 달인' 김호근 씨
그는 80대 시각 장애인의 집을 지었던 봉사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기동대원, 지역민, 공무원 등과 함께 2006년 10월부터 12월까지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80대 시각장애인의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지었다.

그는 지붕 빔, 벽돌 등 공사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옮기는 등 집이 완성될 때까지 56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지켰다.

그는 공사가 마무리됐을 때 형언하기 힘든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의 첫 봉사 활동은 '봉사' 개념이 생소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마산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근무하며 편도 3㎞ 거리를 자가로 출퇴근했다.

이 시기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는 동료를 자신의 차에 태워 출근한 것이 봉사의 시작이자 계기가 됐다.

그는 "그때는 봉사활동이라는 말도 없었지만, 동료가 정말 고마워하니깐 즐거웠다"며 "타인을 돕는 게 자신에게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돼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눔동행] 28년간 취약계층·청소년 도운 '창원 봉사 달인' 김호근 씨
그는 이웃 봉사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에 대해서도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그는 청소년 폭력근절 예방,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 장학금 지원, 결식아동 성금 지원 등 청소년 건전한 성장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19년 5월 '청소년 육성 보호 공로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또 경남도지사·옛 마산시장 표창, 경찰 감사장 등 김 지부장이 각종 봉사로 받은 상훈 목록만 A4 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운다.

김 지부장은 요즘 70∼90대 노숙인, 어르신 이·미용 봉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09년 마산역 앞 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노숙인의 비위생적인 머리카락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3월부터 현재까지 14년간 마산역 일대에서 '천막 미용실'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천막 미용실은 최명자 미용사 등 전·현직 미용 기술자들이 참여해 노숙인과 취약 계층 머리를 손질한다.

김 씨는 미용 기술이 없어 머리 손질은 못 하지만 천막 설치 및 제거, 청소 등 나머지 일을 챙기고 있다.

[#나눔동행] 28년간 취약계층·청소년 도운 '창원 봉사 달인' 김호근 씨
그는 20년간 머리를 감지 않은 한 분의 머리카락을 손질한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 봉사에 헌신하면서도 늦깎이 대학생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사회복지사·평생교육사·다문화가정 복지상담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김 씨는 "회갑을 넘기면서 '이제 봉사 받을 차례 아닌가?'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 더 타인을 위해 계속해서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봉사는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막 미용실을 그만두기 전에 노숙인과 어르신이 머리 감을 시설이 갖춰진 공간 등을 시 등 지자체에서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