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은 대선을 맞은 정치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는 안정성이 낮고 정치 불안에 빠지기 쉽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이들은 쉽게 불만에 빠지고 이를 자극해 표를 얻는 것은 선거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2017년 대선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화두가 크게 인기를 얻고, 이번 대선에서도 기본소득이 중요한 선거공약으로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이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사회적 현상이라면 어떨까. 이를 해결하겠다고 쏟아붓는 돈은 예산낭비가 될 뿐이고, 물가 상승 등 여러 부작용만 부채질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낸 경제학자가 있다. 응용경제학회장을 역임한 박정수 서강재 경제학과 교수다.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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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KDI(한국개발연구원)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공동 출간한 '패러다임 변화: 디지털 경제의 성장, 금융, 일자리 및 불평등'의 마지막 챕터를 맡아 이같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의 기술적 변화와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아차리지 못한 소득 불평등의 단면을 목격한 것이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20년간 분석에서 불평등은 악화됐다. 0과 1 사이에서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한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가계를 기준으로 1996년 0.270, 2006년 0.312, 2016년 0.323.을 나타냈다.

이처럼 소득불평등이 높아졌다면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의 근로소득이나 자산소득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가장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1996년 0.120에서 2006년 0.187로 높아졌다가 2016년에는 0.177로 오히려 불평등이 완화됐다.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의 격차도 1996년 0.046, 2006년 0.040, 2016년 0.04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확대된 가계소득 불평등의 원인은 배우자에 있었다. 배우자 소득의 지니계수는 1996년 0.032에서 2006년 0.046을 거쳐 2016년 0.065로 뛰었다. 20년 사이 배우자의 소득 격차가 두배로 벌어지며 전체 지니계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20.3%로 올랐다.

박 교수는 "여성의 사회생활 증가로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며 외벌이 가구와 비교해 배우자의 수입 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경향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소득, 재산의 통합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평균이 100일 때 청년 독신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2003년 71.6에서 2011년 67.6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 부부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08.2에서 132.3으로 크게 늘었다.

결혼이 소득 격차를 불러온 것이다. 대기업 사내커플 등과 같은 고소득자간의 혼인이 최근 불평등 확대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자산 차이로 이어져 독신가구 순재산이 2003년 23에서 2011년 22.4로 소폭 줄어드는 사이, 부부가구의 재산은 52.9에서 78.1로 늘었다.

재직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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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으로 근로자의 몫이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분석 방법을 달리해 노동의 몫이 전체 생산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데 따른 결과다. 노동의 몫은 199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2010년까지 줄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늘거나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기업의 근로자가 갖고 가는 몫이 기술 발전에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 발전 와중에 기업 규모에 따른 급여 격차는 더 커졌다. 연령, 교육 정도, 산업 등 여러 변수 중에 기업의 규모가 급여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빠르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연령 차이가 급여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5.3%에서 2016년 27.0%로 줄었으며, 교육 정도는 36.9%에서 38.6%로 소폭 확대되는데 그쳤다. 하지만 기업 규모 차이가 급여 격차에 작용하는 정도는 2000년 30.0%에서 2016년 38.3%로 크게 확대됐다.

박 교수는 기술 발전에 적응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의 차이가 기업의 규모에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큰 기업들이 보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불평등의 근본 원인 직시해야"

급여가 높은 배우자를 만나면 가계 소득이 늘고, 보다 큰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여러 환경 변화에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꼭 데이터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정치에 대입하면 교정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술 발전으로 노동의 몫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이나 법인세 중과 등의 정책이 제기된다. 하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근로자의 급여가 감소한다는 추세는 애초에 나타나지 않는다. 잘못된 진단에 기초한 기본소득 등의 정책이 의미가 없는 이유다.

급여 격차는 기업의 크기에서 나타난다. 다시 말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높은 한국의 중소기업 비중이 급여 격차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이는 기술 변화에도 훨씬 취약하다. 가능한 많은 중소기업이 빠르게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가계 소득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의 경제 참여에 있다.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는 사회 발전에 따른, 필연적이며 불가피한 흐름이다. 눈으로 보이는 불평등 확대에는 사회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며 사회 및 경제 전반에 해를 끼치는 정책을 막을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