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명·윤석열의 '코인 공약', 2% 부족했다
양당 대선 후보가 ‘암호화폐 공약’으로 맞붙은 지난 19일 풍경은 낯설면서 흥미롭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날 업비트 본사에서 4대 거래소 대표와 만나는 일정을 잡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코인 정책을 계획보다 앞당겨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윤 후보가 비트코인 로고를 큼지막하게 새긴 포토월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동안 이 후보는 빗썸 회원으로 가입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코인러’에게 구애하는 대선은 처음이다.

두 사람의 코인 공약에는 공통분모가 많다. 양쪽 캠프 모두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한 흔적이 엿보인다. 암호화폐공개(ICO) 허용과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완화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기업에 새로운 자금조달 길이 열리고, 국내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중에 낯선 개념인 증권형토큰(STO)과 거래소공개(IEO), 기본공제 5000만원 같은 구체적 방안도 거론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투자자 보호 장치에 대한 구상은 원론적 수준이다. 객관적 상장 기준 마련, 공시제도 투명화, 부당수익 환수 등이 언급은 됐지만 어딘가 두루뭉술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코인 투자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만 명을 넘어섰고, 정부는 은행 실명계좌라는 진입장벽으로 4대 거래소의 독과점을 사실상 보장해줬다. 상황이 이렇다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민간 거래소에 합당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가상자산 투자의 대중화’를 외쳐왔고, 최근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버가 먹통이 되고 해킹이 터져도 업체는 배상책임이 없는 면책조항부터 고칠 때가 됐다. 투자 대상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제공에도 인색한 관행 역시 바꿔야 한다. 영어로 된 백서와 전문용어 범벅인 리포트만 올려놓고 “잘 판단해보라”고 하면 불완전판매와 다름없다. 거래소마다 200개 가까운 코인을 상장했지만 초보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채널은 거의 없다. 거래소가 방관해온 정보 비대칭이 가상자산 매매를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게 만든 것은 아닌가. 거래소들은 상장이나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 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기술의 강점과 약점, 사업 전망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한다. 그 보고서라도 공개하면 어떤가.

적지 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코인으로 ‘투자 첫 경험’을 한다. 후보들이 이런 관점에서 코인 공약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주길 제안한다. 투자자 보호라는 게 없었던 시장이니 투자자 보호를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다. ICO는 안전장치를 갖춘 다음 허용해도 되고, 과세는 더 이상 번복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