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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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타설 시 바닥 하중을 받쳐주는 ‘동바리(가설기둥)’의 부실 설치가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주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콘크리트 타설을 감독해야 할 원청사(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이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에선 원청사 직원의 감독 없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은 드문 일로 본다. 경찰은 HDC현산 공사·안전관리 책임자를 입건해 부실 감독 경위를 수사 중이다.

◆“감독자 없이 콘크리트 타설”

1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동바리의 부실 설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동바리는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바닥 하중을 받쳐주는 가설 기둥이다.

국토교통부 ‘건축공사 표준시방서’를 보면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아래 3개 층에 걸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할 땐 36~38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선 동바리가 부실하게 설치됐거나 조기에 제거됐을 것이란 추측이 건설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39층에서 벌어진 붕괴가 23층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 점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는 동바리 철거가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선 ‘원청사의 부실 감독’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첫 붕괴가 일어난 39층에선 근로자 8명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8명은 HDC현산과 계약을 맺은 전문건설업체 A사가 아니라 장비 임대사업자인 B사 직원들이다. 사실상 편법으로 이뤄진 재하도급 공사다.

경찰은 당시 콘크리트 타설 현장에 원청사 소속의 관리감독자가 없던 것으로 보고 있다.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콘크리트 작업 중에는 거푸집(콘크리트 타설 틀)과 동바리의 변형 및 파손 유무 등을 점검할 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타설 작업 시 원청 직원이 없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반되는 사안”이라며 “위험성이 큰 공정이라 관례적으로도 작업 장소에 관리감독자가 상주한다”고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타설 중에는 원청사 직원이 나가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하청업체 직원끼리 타설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원청사 직원 등 10명 입건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0명을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에는 HDC현산 공사부장 등 사고 현장을 맡은 안전·관리 책임자 5명 전부가 포함됐다. 이들은 콘크리트 양생을 부실하게 관리·감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미뤄지고 있다. 이들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색이 종료되거나 소환 대상자가 수색에서 배제될 때 곧바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합동으로 붕괴사고 현장을 압수수색했다. 붕괴로 지상에 떨어진 잔해물을 수거한 뒤 불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