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탓일까요? 오는 3월 9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서 '세월호'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지는 느낌입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가 6개월 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와 통화한 내용을 MBC가 7시간짜리 녹취록으로 편집해 방송 예정인 것과 관련, "7시간 하니까 갑자기 '박근혜 세월호 7시간'이 떠오른다"며 "그때도 많이 했던 얘기가 '도대체 뭘 그렇게 숨기고 싶길래 그걸 안 공개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7시간 녹취록'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고 보니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 씨에 대해 "최순실보다 더 실권을 흔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권에서 김 씨에게 최순실 이미지를 덧씌워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이 만든 정치플랫폼 청년의꿈에 한 이용자가 김 씨의 7시간 녹취록에 대해 '쥴리 7시간'이라고 언급하자 "세월호 7시간을 연상케 함"이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또 다른 질문에는 "세월호 7시간 갖고 난리 치더니 좌파들은 7시간 참 좋아하네요"라고 했습니다. 홍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의 '제2의 세월호 선동'을 경계하는 것이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어 자칫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사건입니다. 슬프고 비통한 일이었습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단죄까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세월호를 거론하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단순 애도의 차원이 아닙니다. 자신의 진영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비유'의 도구로 소비하는 저급함을 보이는 수준입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SNS에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언급하며 "이준석 국힘(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가만히 있으면 대선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며 "왠지 기시감이 든다. 가만히 있으면 후보도 국민의힘도 가라앉을 것이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추 장관은 "이준석 선장의 세월호는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가만있으라고 했다"며 "가만히 있으면 구조의 손길이 곧 미칠 것처럼 아이들을 속이고 대피 행동을 막았고 혼자 탈출하고 살아남았다"고 했습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어떻게 온 국민의 눈물 속에서 침몰한 세월호와 국민의힘을 동일시하고,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304명의 승객을 사망, 실종케 한 이준석 선장을 야당 대표와 동일선상에 놓으며 비아냥댈 수 있나"라며 "국민적 아픔인 세월호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는 것은 진정 누구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 아픈 기억을 정치인들이 헤집어 놓는 일은 이제 더는 그만봤으면 좋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