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팬데믹(대유행) 후 처음으로 250만 명을 넘었다.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주도한 데다 연말 연휴 기간 누적된 확진자가 한꺼번에 집계되면서다. 의료체계 부담이 커졌지만 각국 정부는 추가 방역 규제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인명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5일 미 존스홉킨대에서 운영하는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53만명 늘어났다. 하루 확진자가 25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1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도 55만2355명 보고돼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프랑스에선 4일 하루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27만1686명 늘었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많았다. 영국에서도 이날 21만8724명이 확진돼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 같은 날 이탈리아도 17만844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들 세 나라에서 보고된 환자만 70만 명에 육박했다. 그리스에서도 유행 후 가장 많은 5만12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럽 뿐 아니다. 호주 확진자도 4만7799명으로 역대 최다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하루동안 115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해 10월 6일 이후 90일 만에 가장 많았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이끌면서 환자가 폭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6일부터 1주일간 보고된 확진자의 95.4%가 이 변이에 감염됐다고 했다. 휴일이 겹친 연말연시 집계에서 누락됐던 확진자가 한꺼번에 보고되면서 증가폭을 키웠다.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큰 규모의 유행을 겪으면서 각국에선 의료자원이 빠르게 고갈됐다. 미국 영국 등에선 진단 키트가 동났고 곧 의료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기존 계획보다 2배 많은 2000만명분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방역 규제 강화 등 추가조치는 시행하지 않았다. 이 변이 감염자들의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 사이의 디커플링(탈동조화)를 보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과 달리 사망자는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 변이가 집단면역을 형성해 팬데믹 국면을 바꿀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알랭 피셔 프랑스 과학위원장은 "다른 바이러스처럼 평범한 바이러스로 코로나19가 바뀌는 진화의 시작을 보는 것일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에선 오미크론의 증가세 마저 주춤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연휴 누적된 확진자가 한꺼번에 집계돼 역대 최다 기록을 썼지만 전반적인 확산세는 꺾였다는 것이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만 18~50세 인구 대비 감염률이 정체됐다"며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라고 했다.

영국 확진자들의 증상도 심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환자는 최근 들어 1%까지 떨어졌다. 이전 유행 때는 이 비율이 10% 였다. 영국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의 90%는 부스터샷을 맞지 않았다. 60%는 백신 미접종자다. 패트릭 발란스 정부 과학수석은 "앞으로 코로나19는 풍토병이 될 것"이라며 "매년 독감 백신을 맞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