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과 빈부격차에 분노한 시민들의 외침이 칠레를 전쟁터와 같은 혼돈으로 몰아넣은 후 칠레는 새 헌법 제정에 착수하는 등 국민의 변화 열망에 응답하고 있다.
2년 전 시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오는 21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변화'를 지휘할 인물로 누구를 원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선거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후임으로 내년 3월부터 4년간 칠레를 이끌 후보로 총 6명이 도전장을 냈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칠레 대선에선 1차에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양자 대결을 펼치는데, 현재로서는 5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후보가 없어 결선이 유력하다.
극우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와 좌파 연합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5)가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칠레 공화당 당수 카스트는 좌파 정권교체가 유력해 보였던 이번 대선 구도를 막판에 뒤흔든 후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종종 비교되는 그는 불법이민 차단을 위해 국경에 도랑을 파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이민과 범죄 이슈에서의 강경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7년 대선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7.9%를 얻었는데, 당시 군부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뽑았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피노체트 시절의 '경제적 유산'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2019년 칠레 시위로 군부독재 시절의 신자유주의 유산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는 점에서 카스트의 부상은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맞서는 보리치는 2011년 칠레대 학생회장 당시 교육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대대적인 칠레 학생 시위를 이끈 인물이다.
당선되면 칠레 최연소 대통령이 되는 보리치는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제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민영화된 연금·교육·보건 시스템 등의 근본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선 카스트가 보리치에 조금 앞서고 있지만, 두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엔 우열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누가 되든 칠레 사회가 큰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칠레는 1990년 민주화 이후 중도좌파가 주로 집권했고, 최근 10여 년간은 중도우파 피녜라 대통령이 두 차례 집권하며 균형을 맞췄다.
전통의 중도좌파 연합 후보인 야스나 프로보스테 상원의원과 여당 중도우파 연합의 세바스티안 시첼 전 장관은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선 10% 안팎의 지지율로 3∼5위권에 그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이 워낙 예년과 다른 양상이어서 실제 선거일엔 여론조사가 놓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