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지사를 두고 여당에서는 정정당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치켜세웠지만, 야당에서는 '대장동 비리의 실체를 은폐하기 위함'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與 "정정당당한 이재명…野, 정쟁 프레임 그만"

여당은 이 지사가 국감에 '정정당당'하게 임한다는 점을 들면서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을 '정쟁 프레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국감에 정정당당히 임한다. 정쟁 국감, 생떼 국감 국민의힘은 자성하라"며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민생과 방역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이트'와 '의혹'에 함몰돼 흑색선전과 정쟁 프레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국민의힘 앞에 국민께서는 깊은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사진=연합뉴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사진=연합뉴스
그는 "오늘 국감장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임위별로 '화천대유 국민의힘 게이트' 관련 내용을 무분별하게 쏟아냈다.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국민의힘을 가리키고 있는 사건의 실체를 덮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해도 너무하다"며 "이미 국감장에서 '50억 클럽'이라는 자책골을 터트리지 않았나. 스스로 밝힌 명단 대부분이 박근혜 정부의 법조 사단이며 돈이 흘러간 방향만 봐도 국민의힘 관련 인사들만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여당 대선 후보 공세로 국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생이나 정책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는 국민의힘의 생떼 부리기 행태는 이제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특히 경기도지사 사퇴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일반증인으로 출석 요구한 행태를 보면 그 다급함이 그대로 느껴진다"며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받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떳떳한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국정감사를 해하는 태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野 "국감 자료 성실히 제출해야…비리 인멸하나"

국민의힘 대권 주자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이 지사의 국감 출석 보도가 이어지자 '뻔뻔한 이재명, 몰염치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한다. 국정감사를 받고 대장동 비리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상은 다른 데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그는 "그것은 대장동 비리의 실체를 은폐하고 축소시키기 위함이다. 대장동 비리 사건의 진실을 밝힐 모든 자료가 성남시와 경기도에 있다"며 "하지만 검찰은 아직도 단 한 번도 이재명 후보를 조사한 적이 없고 이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가올 수사를 방어하고 각종 자료 유출을 막기 위함"이라며 "거기에 국민 혈세로 도지사직 유지하면서 편하게 선거운동 하는 것은 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말 몰염치의 끝은 어디일까"라며 "어쩌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몰락한 것인지 안타깝다. 민주당과 진보 인사 중에는 바른 소리 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야당은 증인 채택 및 자료 요청에 이 지사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 타개책의 일환으로 국감에 임하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국감 자료를 한 건도 내놓지 않고 버티는 것은 비리 인멸에 몰두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렇게 말로는 국감을 받겠다고 하지만 자료 제출과 증인 및 참고인 채택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신호일 뿐이고 마치 타조가 머리만 모래에 숨긴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 사진=뉴스1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28.3%라는 흉흉한 선거인단 민심을 고려할 때 차마 지사직을 놓고 도주하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도지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게 대단하고 요란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당연한 걸 무척이나 비장하게 선언한 만큼, 그 선언이 공갈빵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설마 증인 채택, 자료 요청엔 일절 협조하지 않으면서 몸만 올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맹탕 국감, 방탄 국감이 되지 않도록 야당의 증인 채택과 자료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당장 행안위만 해도 국민의힘은 증인과 참고인 51명을 신청했지만, 여당은 대장동 관련 증인은 일절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증인 없이 무슨 국감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뿐만 아니라 경기도에는 약 100여 건의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경기도는 단 한 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가 국감에 임할 것을 천명했으니 이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없이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라면 오히려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며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등이 이 지사의 진의를 분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도지사로서 책임 다할 것"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로서 계획대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받겠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지사직 조기 사퇴설을 전면 일축했다. 구체적인 사퇴 시기는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국감 이후 밝히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로서의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최대한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이며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집권여당의 후보로서 책무가 더 중요하니 조기 사퇴하고 대선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히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 성과를 실적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