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대기자도 땀 줄줄…코로나19 선별진료소 폭염과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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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에 얼음조끼 입고 대형 선풍기 돌려도 역부족
100m 넘는 검사 대기 줄에 지친 시민들…"너무 더워서 짜증"
"얼음 조끼 입고 냉풍기를 틀어도 잠시뿐, 갈수록 더 더워질 텐데 이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찜통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
13일 전국이 고온다습한 날씨로 푹푹 찐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 최일선인 선별진료소에서는 '더위와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검사를 받으려고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들도, 두꺼운 방역복과 마스크 등을 한 검사 인력들도 무더위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선별진료소마다 그늘을 만들려고 천막을 치고, 대형 선풍기 등을 돌리고 있지만 폭염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대구 국채보상공원의 야외 임시선별진료소는 햇볕을 가리는 그늘막이 설치됐음에도 10분쯤 서 있으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대구지역 기온은 오전임에도 이미 32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낮 최고기온은 35도로 예보됐다.
100m가량 늘어선 검사 대기 줄은 평소 공원 광장에 늘어선 것과 달리 그늘로 우거진 공원 주변 숲길로 이어져 있었다.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손에는 너나할 것 없이 양산이나 부채가 쥐어져 있었다.
손에 든 작은 메모지로 연신 부채질을 하던 20대 직장인은 "너무 더워 땀도 나고 짜증이 난다"며 "직장 때문에 지금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기다리기에 지친다"고 말했다.
진료소에서는 검사를 전담하는 3명의 의료진이 바삐 움직였지만, 사람들이 몰리며 최소 30여 분은 기다려야 했다.
최근 잦은 소나기로 습도가 높아 진료소 관계자들이 여기저기 선풍기와 냉풍기를 설치했지만, 찜통 같은 더위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검사를 맡은 한 의료진은 "얼음 조끼를 입고 냉풍기도 돌아가지만 더운 날씨에 검사하다 보니 방호복 안은 땀으로 가득 찬다"고 했다.
한낮 더위가 30도를 웃돈 부산 사하구보건소 앞도 코로나19 재확산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비상깜빡이를 켠 차량이 곳곳에 정차하고 있었고, 자가격리자가 이용 가능한 부산 방역 택시인 토마토 택시가 속속 도착했다.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줄은 한때 20m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댔고, 더위를 피하려고 조금이나마 그늘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20대 A씨는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나온 게 후회스럽다"며 "휴대용 선풍기나 부채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시민들을 안내하는 의료진은 얼음팩이 들어간 조끼를 입은 채 돌아다니면서도 연신 구슬땀을 훔쳤다.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땡볕에 의료진들은 틈이 날 때마다 선풍기 등 냉방기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사하구 보건소 관계자는 "교대로 근무를 한다지만 무더운 날씨에 고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얼음팩이 들어간 조끼는 3∼4시간정도 지속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대전 서구 만년동 서구보건소 앞도 오전 10시 30분 무렵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150여m가량 늘어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 등은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한 채 냉풍기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풍기에서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등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다.
물품 기부 등 온정의 손길도 거의 끊기면서 냉장고에 넣어 둘 생수조차 바닥난 상태다.
서구 관계자는 "지난해는 자외선 차단도 안 되고 비를 못 피하는 검정 그늘막을 쳤는데, 올해는 몽골 천막으로 바꾸는 등 그나마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며 "물이 가장 부족해서 대전상수도사업본부가 만드는 병입 수돗물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충북 청주시 서원보건소의 한 간호사는 "이곳에서 두번째 여름을 맞았는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 5㎏가량 자연 다이어트가 됐다"며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하지 않으냐고 말할지 몰라도 더위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고 힘겨워했다.
한 직원은 "방역 최일선을 지킨다는 자부심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며 지친 표정을 지었다.
(김현태 박성제 천경환 김준호)
/연합뉴스
100m 넘는 검사 대기 줄에 지친 시민들…"너무 더워서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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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국이 고온다습한 날씨로 푹푹 찐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 최일선인 선별진료소에서는 '더위와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검사를 받으려고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들도, 두꺼운 방역복과 마스크 등을 한 검사 인력들도 무더위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선별진료소마다 그늘을 만들려고 천막을 치고, 대형 선풍기 등을 돌리고 있지만 폭염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대구 국채보상공원의 야외 임시선별진료소는 햇볕을 가리는 그늘막이 설치됐음에도 10분쯤 서 있으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대구지역 기온은 오전임에도 이미 32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낮 최고기온은 35도로 예보됐다.
100m가량 늘어선 검사 대기 줄은 평소 공원 광장에 늘어선 것과 달리 그늘로 우거진 공원 주변 숲길로 이어져 있었다.

손에 든 작은 메모지로 연신 부채질을 하던 20대 직장인은 "너무 더워 땀도 나고 짜증이 난다"며 "직장 때문에 지금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기다리기에 지친다"고 말했다.
진료소에서는 검사를 전담하는 3명의 의료진이 바삐 움직였지만, 사람들이 몰리며 최소 30여 분은 기다려야 했다.
최근 잦은 소나기로 습도가 높아 진료소 관계자들이 여기저기 선풍기와 냉풍기를 설치했지만, 찜통 같은 더위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검사를 맡은 한 의료진은 "얼음 조끼를 입고 냉풍기도 돌아가지만 더운 날씨에 검사하다 보니 방호복 안은 땀으로 가득 찬다"고 했다.
한낮 더위가 30도를 웃돈 부산 사하구보건소 앞도 코로나19 재확산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비상깜빡이를 켠 차량이 곳곳에 정차하고 있었고, 자가격리자가 이용 가능한 부산 방역 택시인 토마토 택시가 속속 도착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댔고, 더위를 피하려고 조금이나마 그늘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20대 A씨는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나온 게 후회스럽다"며 "휴대용 선풍기나 부채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시민들을 안내하는 의료진은 얼음팩이 들어간 조끼를 입은 채 돌아다니면서도 연신 구슬땀을 훔쳤다.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땡볕에 의료진들은 틈이 날 때마다 선풍기 등 냉방기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사하구 보건소 관계자는 "교대로 근무를 한다지만 무더운 날씨에 고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얼음팩이 들어간 조끼는 3∼4시간정도 지속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 등은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한 채 냉풍기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풍기에서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등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다.
물품 기부 등 온정의 손길도 거의 끊기면서 냉장고에 넣어 둘 생수조차 바닥난 상태다.
서구 관계자는 "지난해는 자외선 차단도 안 되고 비를 못 피하는 검정 그늘막을 쳤는데, 올해는 몽골 천막으로 바꾸는 등 그나마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며 "물이 가장 부족해서 대전상수도사업본부가 만드는 병입 수돗물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 직원은 "방역 최일선을 지킨다는 자부심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며 지친 표정을 지었다.
(김현태 박성제 천경환 김준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