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거리가 백화점 속에…롯데의 '동탄 실험'
롯데쇼핑이 올 8월 백화점 동탄점(사진), 9월 의왕 프리미엄아울렛 ‘타임 빌라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쇼핑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1조2000억원을 투입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의 야심작이다. 로드숍 거리와 백화점을 결합한 신개념 쇼핑 공간을 선보여 ‘올드 롯데를 버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절치부심’ 롯데의 미래형 백화점

동탄점은 롯데쇼핑의 35번째 신규 백화점이다.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의 출점이다. 롯데쇼핑이 신도시에 새 점포를 내는 것은 1988년 잠실점 이후 처음이다. 서울 소공동 본점(1979년), 잠실점에 이어 경기 남부벨트에 제3의 ‘롯데 타운’을 구축하겠다는 게 롯데쇼핑의 청사진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의 관행과 문법을 완전히 버리고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만든 미래형 백화점”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구현하려는 동탄점 콘셉트는 ‘스테이플렉스(머물다는 뜻의 stay와 다목적 건물을 의미하는 complex의 합성어)’다. ‘머물고 싶은 복합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연면적 24만5886㎡(지하 2층~지상 8층)에 달하는 경기 지역 최대 규모의 건물 위에 파격적인 ‘공간 실험’을 시도했다. 자투리 공간도 알뜰히 활용한다는 ‘롯데의 문법’에서 과감히 탈피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의 층고를 18m로 높이고, 천장에는 자연빛이 들어오도록 거대한 채광창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가두형 쇼핑몰과 백화점 건물을 결합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건물 내부에 나무를 심는 정도가 아니라 백화점과 연결된 3층 외부에 대형 정원을 조성해 ‘스트리트 쇼핑몰’을 만들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에 방역에 특화된 첫 백화점”이라며 “백화점 출입구에 바이러스 흡입 장치를 설치하고, 엘리베이터는 손가락을 버튼 근처에 가져가기만해도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콘텐츠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쇼핑에 ‘아트 테라피(예술 작품을 통한 치유)’를 본격 접목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쇼핑 동선을 따라 곳곳에 배치된 거대한 미디어 아트 작품은 방문객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명품 다음은 아트’라는 관점에서 기획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개점과 함께 ‘온라인 갤러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국 최대 규모 식품관에 100여 맛집

롯데쇼핑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 남부에 확실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탄은 1, 2기 신도시를 합한 면적이 인근 광교 신도시와 비교해 세 배에 달한다. 수원 등 인근 10㎞ 이내 경제 인구는 126만 명가량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기 신도시들이 서울로 출퇴근을 위한 베드타운용으로 조성된 데 반해 동탄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연구 단지와 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서 있는 자족형 도시”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지 여건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은 동탄에 들어서는 1호 대형 유통시설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2023년께 들어설 예정이고, 롯데쇼핑에 동탄 부지를 선점당한 현대백화점은 시티아울렛 출점을 검토 중이다.

프리미엄아울렛 ‘타임 빌라스’가 들어서는 경기 의왕시 학의동 일대도 신세계그룹이 눈독을 들였을 만큼 알짜 상권이다. 반경 10㎞ 이내에 170만 명이 거주한다. 서울 서초 강남 송파, 경기 분당 판교에서 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교외형 아울렛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회 비용을 감수하고 동탄점은 완공 이후 2개월이 지나 오픈하고, 타임 빌라스 역시 준비 기간을 일반적인 아울렛 대비 두 배가량인 5년으로 잡았다”며 “경기 남부의 ‘롯데 타운’을 완벽하게 조성하기 위해 경영진이 마지막 디테일까지 챙겼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