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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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신호로 정책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자 달러가 강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연속 오르며 1130원대 후반을 기록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 상승 기조를 보이며 1150원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안전자산 수요를 높여 달러에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4원 오른 1134.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 17일(1134.8원) 이후 약 한 달만에 최고치다.

원·달러환율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전방위적 강달러가 나타나며 지난달 이후 처음으로 1130원대에 재진입했다. 유로화·파운드화 등 주요국의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8일 기준 92.20으로 0.36% 상승했다.

Fed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FOMC에서 위원 18명 중 11명이 내후년 두 번 이상, 7명은 이르면 내년께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선호)로 통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2022년 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해 시장을 다시 한번 긴장시켰다.

불러드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더 상세한 논의가 앞으로의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여러 부문을 정리하는 데 몇 차례의(several) 회의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기울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켜 달러를 강세로 유도하고 있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에 2년물 국채금리는 크게 오르고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락해 둘 간의 금리 차는 좁혀졌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FOMC 이후 나타나는 달러 강세를 일시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반기 달러화가 더 강해질 것이고 원·달러 환율도 1150원을 상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 내내 약세를 보이던 달러는 올해 들어 크게 횡보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Fed의 강력한 유동성 공급, 정부의 더 강력한 재정정책, 무역적자 등의 이유로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상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국경 통제에서 점진적 개방으로 바뀐다. 작년 하반기에서 현재까지의 경상적 달러 수급은 정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내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요국 대비 통화정책의 상대적 긴축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분적인 원화 강세 재료라 하더라도 엄연히 달러화라는 외생 변수 하에서 생각해야 하는 2차 변수다. 그 자체가 '오르냐, 내리냐'의 문제가 아닌 '덜 오느랴, 더 내리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이 하반기에도 높은 증가율을 보이겠지만 이 또한 안심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역수지 흑자가 외화 수급이 지금까지 원화 강세에 기여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반대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 무역수지 흑자는 줄어드는 국면이 예상돼서다. 서비스 수요도 상품 수요와 달리 비교역재가 대부분이라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대외 서비스 수요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1차 회복기에 전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한국 경제가 향후 정상화로 가기 위한 2차 회복기에는 그 역할이 지난해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채널로 심화되는 미중 분쟁·경쟁·제재 양상도 불확실성 측면에서 약달러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이제 시장은 Fed의 진심과 환경까지 함께 전망해 가야하는 만큼 위험선호 제약 속에서 달러화는 지지력과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주 여러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예정돼 있어 시장은 이에 촉각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