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이유
제자 자공이 “국가 경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경제(足食), 국방(足兵), 신뢰(民信)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중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린다면”이라고 묻자 국방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경제였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 공자는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한다.

'정책 뒤집기'로 신뢰 잃어

이번 정부의 20번 넘는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난 ‘2·4 대책’을 기점으로 공급 늘리기에 정책의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장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시장이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야당 탓도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신뢰를 잃게 만든 건 ‘조변석개’ 정책이다. 2017년 ‘12·13 대책’에서 “혜택을 줄 테니 임대사업자 하라”고 권한 건 정부다. 그러나 집값을 못 잡자 1년도 안 돼 줬던 혜택을 빼앗고, 이듬해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버렸다. 투기꾼으로 낙인찍힌 임대사업자들은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부동산 조세도 원칙이 없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게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양도세는 내려줘야 한다는 게 정책 기조였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취득·보유 및 양도의 모든 단계에서 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올해 기록적인 공시가격 인상(서울 19.9%)으로 보유세는 급등하고 다음달부터 양도세율(최고 75%)도 크게 오른다. 집값을 못 잡은 분풀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집을 그냥 갖고 있든지, 아니면 팔든지 어떻게든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퇴로가 없는 다주택자들의 선택은 증여였다. 증여는 당장 집이 필요하지 않은 자식에게 주로 한다. 매물을 잠기게 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킨다.

언행불일치도 크다. “강남 집값은 거품”이라고 열변을 토하던 고위공직자들은 업무가 끝나면 유유히 한강을 건너 강남에 있는 아파트로 퇴근했다. 그렇게 고평가됐는데 왜 빨리 팔지 않을까. 다주택을 정리한 공직자 중에서 강남 집 판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 국민이 한 청와대 고위 인사가 지난해 7월 반포 집을 팔겠다고 했다가 급히 청주 아파트로 정정하는 걸 목도했다. 그런데도 “집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국민을 가르치려 하니 실소가 나온다.

고위직 언행불일치도 한 몫

남양주 왕숙부터 서울역까지 15분이면 온다는 GTX를 앞세운 3기 신도시가 못 미더운 것은 2기 신도시의 참담한 현실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김포 장기역에서 ‘지옥철’로 불리는 경전철(골드라인)을 한 번 타보자. GTX-D가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가는 ‘김부선’이 된 것에 왜 분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뒤늦게 선심 쓰듯이 용산이나 여의도까지 연장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하니 복장이 터진다. 위례신도시, 양주 옥정신도시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2기 신도시는 안타깝지만 3기는 제대로 할 테니 믿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2기 신도시 교통망부터 챙기는 게 순리 아닌가. 3기 신도시가 과연 2기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때는 “4기 신도시는 정말 다를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