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청(EPA)이 에어컨·냉장고 등에 쓰이는 냉매제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PA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부터 향후 15년에 걸쳐 미국 내에서 HFC의 생산 및 수입을 85% 줄이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15%의 HFC는 아직 대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중요 용도를 갖고 있는 만큼 당분간 허용키로 했다.

EPA는 HFC를 85% 감축하면 2050년까지 47억톤 가량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이클 리건 EPA청장은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지구온난화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를 서서히 줄여나감으로써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0.5C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HFC 감축은 전세계적 이슈다. 전세계 197개국은 2016년 르완다 키갈리에서 '2019년부터 HFC를 감소하자'는 국제협약에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도 키갈리 협약에 참여했다. 그러나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미 상원에 키갈리 협약 비준동의안을 상정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미 의회가 지난해 초당적으로 HFC 감축에 대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욕타임스는 몇몇 화학기업과 냉매 생산기업들이 이같은 규제 움직임에 동의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들어 화학 기업 케무어스(Chemours)는 10억달러를 들여 대체냉매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자유시장주의 싱크탱크 등에서는 "상업용 냉장고를 사용하는 식당, 수퍼마켓 등이 새로운 냉장고를 구입하거나 장비를 수리할 때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