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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이 출발점부터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꺼이 배우고 가르치려는 열의에 찬 젊은이들이 산과 물을 건너 몰려들어 학문 조합(guild)을 결성한 게 대학의 시초이자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학생들의 거주공간을 의미했던 칼리지(college)나 닥터(doctor), M.A.(석사·Master of Arts) 같은 용어부터 시간과 교과목을 명시해 놓고 시험을 통해 학위를 수여하는 학제까지 곳곳에 800년 이상을 버텨온 전통이 서려 있다. 학문에는 담을 쌓은 채 사랑에 빠지고, 부모에게 돈 달라고 손만 내미는 학생의 모습도 시공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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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학은 학문의 자유라 불리는 것 말고도, 문제를 제기하고 제안하는 일에서 무조건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의 종말’이 언급되는 시대의 ‘지식 부문’ 종사자의 돌파구는 진리에 관한 연구, 진리에 대한 앎과 관련한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권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백하고, 공언하고, 가르치는 교육의 ‘근본’에서 내일의 대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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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자극해 “자신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버리고,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얕잡아본 배운 자들을 깔보도록 하라”는 ‘지침’의 위험성은 현대 한국 사회도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인생 학교이며, 대졸자라고 해서 딱히 나을 것도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라”는 문구는 시공을 초월해 섬뜩하게 다가온다. 파시스트가 우선해 쓰러뜨리고자 하는 대상이 도덕적·과학적 권위를 지닌 전문가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보가 진실인지는 중요치 않고, 대중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시키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말만큼 역설적으로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사례가 과연 있을까.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