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뉴 420i 시승기
▽ 버티컬 키드니 그릴에 "부담" vs "매력"
▽ 매력적 쿠페 라인에 쾌적한 성능과 거주성
▽ 5000만원대 가격…할인도 기대

"그간 4시리즈는 '3시리즈의 쿠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부품을 썼지만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눈에 봐도 구별되는 디자인을 만들려 했습니다."BMW 뉴 4시리즈의 외형 디자인을 담당한 임승모 BMW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임 디자이너의 BMW는 그간 다소 모호했던 3시리즈와 4시리즈 간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직 낯설지만 고유의 매력을 품은 뉴 4시리즈를 시승해본 결과, 초보 운전자에게도 부담 없는 스포츠 쿠페였다.
뉴 4시리즈는 출시 전부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버티컬(수직형) 키드니 그릴이 돼지코나 뉴트리아의 이빨을 연상시킨다는 혹평도 나왔다. 사실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1936년 출시된 329, 1939년 출시된 328 모델에 적용된 바 있다. 이후로도 여러 콘셉트카에 오마주가 등장했다. 다만 해당 디자인이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위화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직접 본 뉴 4시리즈는 그릴이 크다는 생각은 들지언정 뉴트리아를 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승한 차량은 뉴 420i M스포츠패키지 쿠페 모델이다. 전조등을 얇게 디자인하면서 수직으로 솟은 그릴 형태를 한층 강조하고 있었지만, 번호판이 그릴의 가운데 자리잡으면서 부담감을 크게 줄여줬다.

덕분에 측면 디자인은 탄성이 절로 나올 아름다우면서 과감한 라인을 갖췄다. 함께 시승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전면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볼륨감과 대담한 비례가 강조된 측면 디자인이 멋지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옆모습만 따지면 뉴 4시리즈를 이길 차량이 마땅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후면은 전형적인 BMW 디자인으로 준수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자 B필러에 숨어있던 가이드가 튀어나와 안전벨트 착용을 더 쉽게 도와줬다. BMW 쿠페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뒷좌석도 마련됐는데,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달린 손잡이를 당기면 좌석이 젖혀져 뒷좌석에 탈 수 있었다.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자 420i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2000cc 4기통 엔진을 탑재한 420i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가 효율성을 극대화해 일상 주행에서는 크게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서스펜션이 딱딱하지 않고 주행감도 제법 안정적이기에 초보 운전자도 부담없이 몰 수 있다.

가격은 5940만원. 당장은 어렵겠지만 추후 BMW의 통 큰 할인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첨단 안전·편의 기능을 빼곡히 갖추고 데일리카 활용도 가능한 BMW 쿠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주머니 사정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M440i X드라이브 모델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시승 중 M440i X드라이브와 마주쳐 잠시 나란히 달렸다. 비어있는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지만 M440i X드라이브는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이내 점이 되어 사라졌다. M440i X드라이브 가격은 8190만원으로 훌쩍 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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