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사모펀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막상 다양한 업계의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보면 PEF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이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비용을 절감하여 임직원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오히려 PEF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해당 회사의 임직원 만족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MM PE가 2010년 투자하고 2017년 매각한 캐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 캐프는 1995년 설립한 자동차 와이퍼 제조업체로,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우량 중소기업이었습니다. 2007년 회사는 금융지식 부재로 회사 규모에 맞지 않는 무리한 외화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여 자본잠식에 처하게 되었고, IMM PE는 2010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신규 자금 투입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시켰습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 이후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기를 바랬던 IMM PE의 기대와는 달리, 창업자이자 당시 최대주주였던 경영진은 무리한 신사업 추진 및 횡령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으며, 2013년 IMM PE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지분권 행사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IMM PE에서 파견한 신규 경영진은 경영권 확보 이후 회사의 핵심 사업을 턴어라운드 시키고 신공장을 설립하는 등 추가 성장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조직 및 인사 시스템을 개선시켰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조직별 의사결정 시스템 및 성과평가 정책 개선이었습니다.
캐프와 같이 창업자가 장기간 경영한 중견기업들 중에는 창업자 개인에게 의사결정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는 실행력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조직원들이 수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업무적으로 성장이 제한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캐프의 임직원 역시 회사의 많은 문제를 기존 창업자에게 돌리며, 주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신규 경영진은 조직별 R&R을 재정의하고 운영혁신 TFT를 운영하며 임직원의 업무 참여 범위를 확대 했습니다. 예를 들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영업 현장에서도 대표이사까지 여러 단계의 보고 체계를 거쳐 업무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는데, 과감하게 영업팀장에게 전결권을 부여하고 주기적인 성과 평가를 통해 적절하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였습니다.

또한 영업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회사 및 조직별 성과와 임직원의 보상 체계를 일치시켰습니다. 부서별 KPI의 달성도에 따라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재무 실적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임직원들과 공유하여 인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캐프 임직원들 중에는 영업이익과 연계하여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라며 신기해하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임직원에게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체계를 당연하다고 느끼시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에서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여러 PEF들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견기업일수록 선진화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이는 PEF 인수 이후 인사시스템 개선과 함께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근저에 있는 개념은 '공정함'일 것입니다.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보면 '공정함'이 90년생들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라고 합니다. 보상의 크기보다는 보상을 책정하는 시스템의 공정성에 더 가치를 두는 임직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실적에 기반한 성과평가 시스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입니다. 이는 회사에서 CF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인사 시스템을 대표이사와 인사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조직별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역할은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KPI를 설정하고 모니터링하는 CFO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새로운 한해의 사업계획과 함께 조직별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KPI에 대해 고민해보시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yhkim@immpe.com